북미회담을 둘러싼 상황전개가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회담의 개최 여부가 하루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남북한의 정상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두 번이나 남북을 오가며 회담을 가졌다.

블록버스터급 흥행몰이를 하는 이 회담은 웬만한 기사거리는 블랙홀처럼 삼켜버려 흔적도 남지 않는다. 5월24일과 25일 양일간에 걸쳐 6·13 전국 동시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후보자 등록이 있었지만 그 뉴스의 반향은 별로 크지 않다.

하필 등록이 시작되던 24일 북한 핵실험의 아이콘과 같았던 풍계리 핵실험장이 폭파, 폐기되고 그날 저녁에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느닷없이 회담을 취소해 버렸다가 수십 시간 만에 번복했다. 연거푸 일어난 두 사건의 충격에 지방선거의 출발신호탄 소리는 너무나 미약한 것이 됐다.

순천에서도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5일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여풍에 맞서 단일화 카드를 꺼내 들었던 4인의 무소속 시장 예비후보들이 하루에 두 번이나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첫 번째 소식은 네 명의 무소속 후보 가운데 가장 늦게 선거에 뛰어 든 손훈모 변호사가 ‘단일 후보’로 정해진 것이었다. 자질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취재현장에 있던 기자들이나 시민들이 괄목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진짜 놀랄 일은 그날 밤에 일어났다.

‘단일화’ 발표 현장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건만, 이창용 후보가 무소속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며 출마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선거 지형이 맞대결 구도에서 보다 더 복잡한 3자구도로 변하는 순간이고, 순천 정계에 정치적 신뢰와 도의에 대한 물음표가 던져지는 순간이었다.

25일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민노총 주장에 따르면 전국에 6백 만 명이나 존재한다는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생계와 관련된 것이다. 이날 지난해 대비 16%대의 ‘비약적인’ 비율을 기록하며 인상됐던 최저임금에 영향을 주는 입법활동이 일어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의 일부와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 것이다. 노동계, 특히 민노총이 이에 반발한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습시위를 벌이거나 전국의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선거사무소를 점거해 농성하는 등으로 항의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28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는 것으로 증명됐다.

통일은 중요하다. 민족에게 좋은 것이다. 장기적으로 민족의 경제적 후생도 증가시켜줄 것이다. 오랫동안 고대하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회가 왔을 때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통일의 과정은 길어지기 쉽다. 또 그 기간과 관계없이 통일의 과정과 그 이후에도 우리의 삶은 이어진다. 우리의 짧지 않은 미래를 규정하는 선거와 법제에도 집중해야 할 때다. 도끼자루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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