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도전하는 청춘

조계진(39) 씨는 사회적기업가로서 유기견카페 ‘개밥컴퍼니’를 운영한다. 처음 인터뷰 약속한 날도 유기견이 떠돌아다녀서 사람들이 겁먹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하러 나갔다. 며칠 뒤, 다시 찾은 ‘개밥컴퍼니’에서 그를 만났다.

▲ 조계진 씨는 3마리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조계진 씨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에서 더 많이 살았는데 부모님도 동물을 좋아해서, 항상 강아지와 함께 살았다. 가족들의 분위기가 계진 씨에게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어려서는 동물이 책임져야 하는 상대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결혼을 하고, 분가한 뒤로는 내가 기르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불편할 때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전공은 전산이었다. 삼성서비스센터에 취업했다. 서비스센터는 기본적으로 불만을 가진 사람이 온다. 그들을 상대하는 긴장감이 꽤 있었다.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그 후 영업, 관리 등을 하다가 사내강사에 지원을 했다. 경합에서 전남대표 최종1인이 되었다. 조계진 씨는 강사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내강사의 마지막 문이 열리지 않았다.

과감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맘먹었다. 2010년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2012년에 애견카페를 창업하고, 동호회 활동을 겸했다.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공부를 했다. 개에 관련된 책을 계속 보았다. 개의 심리, 훈련방법, 사람의 행동이 개에게 어떻게 이해가 되는지 등. 그러면서 개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애견카페가 아니라 유기견카페

조계진 씨는 개밥컴퍼니 설립 전부터 10년 가까이 애견미용과 애견카페를 운영했다. 계진 씨가 키우는 개들과 상주하면서 영업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개들이 손님이나 다른 강아지가 와도 반기지 않고 예민하고, 사납기까지 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개를 좋아해서 함께 일하지만 개들도 그것을 좋아할까?”
“카페에 상주하는 개들도 손님을 맞이해야했어요. 일을 했던 거지요, 그러다보니 카페에 오는 손님이나 다른 개들이 반갑지 않고, 피곤하고, 지치고, 쉬고 싶었을 겁니다.”

개들도 일종의 감정노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계진 씨는 지금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시에는 강아지들의 심리상태나 훈련에 대해 무지했다.
 

 

계진 씨는 일하는 틈틈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했다. 그런데 그곳의 열악한 환경과 버려진 아이들을 보면서 계진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실태 파악부터 해보았다.

“2016년과 2017년 1년 사이 전국 유기견 증가율이 13%입니다. 더욱이 전남은 53%에 이르렀는데, 그 가운데 1/3이 순천에서 발생했습니다. 아마도 순천이 교통의 중심이고 관광지다보니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많은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조계진 씨는 익숙한 듯 담담하게 말하지만 듣는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마리 중에 하나는 버려지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웠다. 유기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조계진 씨는  애견카페가 아니라 유기견카페를 구상했다.

유기견카페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알게 되었다.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유기동물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계진 씨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순천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많은 분들이 저희를 통해서 행복한 반려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계진 씨는 준비과정에서 성인이 되어서 몸무게의 최하점을 찍을 만큼 힘들었다.
“사회적기업가에서 예비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으로 절차가 있어요. 그런데 이제 시작이고,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라서 힘듭니다. 시간이 더 지나서 생각이나 일의 체계가 잡히면 괜찮아지겠지요.”
 

 

교육을 통한 입양
계진 씨는 지방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순천에는 순천시보호소, 순천유기견보금자리, 대한동물사랑협회 등 3군데에서 보호하는 유기동물이 대략 1천여마리가 넘는다. 고양이는 쉽게 키울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입양률이 높지만, 개는 그렇지 못하다. 사람에 대한 의존도도 높고, 트라우마에 대한 문제 행동도 있다. 배변을 못 가려서, 아파서 등의 이유로 버려지고, 이런 이유로 유기견을 입양하려고 해도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 문제행동이 있는 반려견 가족과 상담중이다.

순천에 있는 3개 보호소를 거쳐 온 유기견들을 개밥컴퍼니는 임시 보호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일반 임시보호소와 입양과정이 다르다.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을 거쳐 입양이 이루어지게 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무모하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면 버려질 위험도 줄어들 것 같아요. 함께 사는 생명에 대한 무지로 일어나는 실수를 다른 견주들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강아지를 예뻐하는 수준을 넘어서, 유기견이 없는 도시,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 조계진 씨의 꿈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