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준 소설가, 전 금당고등학교장

6·13 지방자치 선거가 코앞이다. 지방교육 자치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지방자치의 시작과 동시에 지방교육 자치도 실시되어 왔으나, 시·도 교육감 선거는 관심의 집중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유·초·중·고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교육활동은 지방교육 자치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 이를 인지하기 위해선 교육기관의 급별 단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초·중·고교 교육은 보통교육, 전문대학 이상의 대학교육은 고등교육이라 칭한다. 교육부가 우리나라 교육 전반을 통괄하면서 대학교육은 교육부가 맡고, 보통교육 영역인 유·초·중·고교 교육은 시·도교육청 관할로 두고 있다. 

지방교육 자치를 수행하는 시·도 교육청의 책임자가 교육감이다. 교육 관점에 따라 보통교육의 교육 여건이 달라질 수 있기에 교육감의 역할은 지대하다. 서울시교육감을 일명 교육대통령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방증일 터이다. 그럼에도, 유·초·중·고교 교육이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교육은 미래의 삶을 일궈내기 위한 기반 형성 시기의 유아, 청소년들이 교육 대상이다. 보통교육에 대한 이해의 바탕 위에 교육 행정이 실행되길 요망하는 건 학부모인 유권자들의 마땅한 바람이자 권리이지 않을 수 없다.

2010년과 2014년 지방교육 자치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교육감 면면을 보면 진보(적) 성향의 대학교원 출신이 다수를 점했다. 말 그대로, ‘보통교육 판에 빚진 게 없는’ 그들이기에 소신껏 일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컸다. 인사와 예산 부문의 투명성과 적절성, 효율성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대학교원 출신 교육감들이 해낸 성과는 자못 획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시·도 교육감이 갖는 인사(근무지와 역할, 승진)권과 예산편성권에 관해 두 곳의 예를 들어보자. 2018년 서울시교육청의 예산 총액은 9조 1,512억(본 예산)이다. 인건비가 약 73% 안팎 수준인데, 여기에 각종 복지비와 학교운영비 등을 합하면 약 90%의 예산이 경직성 경비에 속한다. 미루어, 약 9,000억 정도가 교육감의 실질적 예산편성권 안에 있다. 대부분이 시설사업비로 편성된다. 전남도교육청의 2018년 예산은 3조 5,543억 원으로 편성됐다. 서울시교육청처럼 경직성 경비를 뺀 나머지 수준의 편성액이 주어진다. 인사 권한 역시 평교사와 교육행정 하위직급 인사에 대해서는 부교육감에게 전결권이 주어지지만 해마다 새롭게 바뀌는 인사원칙에 따라 교육공무직을 뺀 52,000여 명의 서울시교육청과 25,000여명의 전남도교육청의 인사가 사실상 교육감의 인사권 안에 있다. 그동안 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사안이다.

시·군·구 교육지원청교육장 인사에서 공모제를 시행하고 학교장 순환근무제를 실시하거나 시민참여형 예산 편성을 통해 일부 권한을 지역민들에게 돌려주는 등 진전을 이뤄냈다. 무상급식 확대와 혁신학교 등 진보적 교육의제를 창출해내기도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인사와 예산의 투명하고 적절하며 효율적인 집행은 학교교육을 제대로 일궈내기 위한 충족 변인인 건 자명하나, 전인적 인간 육성이라는 교육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보통교육의 필수 변인은 아니다. 그런 견지에서 인사와 예산 외의 교육 관점에 대해선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아 아쉬움을 갖게 된다.

보통교육 영역의 학교교육은 지식 전수 기능만 있지 않다. 유용하고 유려한 감각을 담아낸 학교 시설 조성과 자유롭고 안전한 학교 환경 구축은 시·도 교육감의 업무 중 우선 순위에 해당한다. 인성과 진로, 공동체와 민주시민의식, 독서능력, 창의성, 인공지능 시대 도래에 대비한 자기관리와 감성 능력, 인류 평화와 지속가능한 지구환경, 사회적 자아실현을 위한 자기계발 등 많은 교육활동이 학교교육에서 행해진다. 교실수업 개선과 학급 안에서의 협동, 만남, 학급과 학교 단위의 대의 체제를 통한 협의와 토론, 문화 향유자로서만이 아니라 문화 창조자로서의 문화예술성 발현… 등등. 참으로 세심하고 다종다양한 보통교육의 교육의제를 관장하고 견인해내야 하는 책임이 교육감에게 있다.

보통교육에서 염원하는 교육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학교 구성원들은 어떤 변모로 줄기차게 진화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소통을 교육감은 끊임없이 고뇌해야 하는 위치이다. 그러해야 함에도, 인사와 예산 투입의 신선한 이행을 일정 정도 이룩했다고 자체 판단한 이후, 어느 지점에서부턴가 보통교육 본연의 문제에 대한 질문과 소통의 모습을 내려놓았거나 보여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왔다. 진보(적) 성향의 대학교원 출신 교육감들에게서 그 수행의 만족스러운 지속성과 실천력을 유권자들이 긴장감과 예지의 상태로 들여다보기 어려웠다는 평가는 아픈 자화상이자 한계이지 않을 수 없다.

지방교육 자치 영역인 보통교육은 보통교육을 담당했던 교육(행정)가 출신이 맡아야 보통교육의 기대 효과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물론 아니다. 유·초·중·고교 교육은 고등교육 기관에서 행해지는 대학교육과는 크게 다른 교육 영역임을 인정하는 확인은 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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