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Baby on Board’는 승용차 뒷유리창에 많이 붙어 있는 스티커이다. 조금은 장난스럽게도 조금은 세련되게도(?) 붙이고 다닌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예쁘게 치장하면 좋을 것 같은데 실상의 의미와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아이가 타고 있어요’, ‘Baby in Car', '차안에 소중한 내새끼 있다!’ 등등.

‘초보운전’, ‘경로운전’, ‘임신부운전’ 등 혹시 부주의한 운전으로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에 뒤에서 오는 차량에게 안전운전을 부탁한다는 배려의 의미가 있는 스티커이다. 그렇지만 그저 장식용 비슷하게 치장을 하는 스티커는 또 다른 오해와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이곳에 적어보고자 한다. ‘양치기 소년’을 유추해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Baby on Board’의 유래는 미국에서 1980년대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가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후 차량보관소로 옮겨졌는데 이틀 후 어린아이가 좌석 아래에서 죽은 채 발견되어 혹 작은 아이가 미처 발견되지 못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아기를 우선 구조해 달라’는 의미로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차량 장식용인지 구조신호인지 구분을 못할 지경에 이르는 스티커 홍수에 다다르게 되었다. ‘Baby on Board’와 비슷한 뜻으로 스티커를 부착하였으면, 운전자 본인부터 안전운전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어보고 싶다. 자신들은 신호무시, 끼어들기, 과속 등을 하면서 스티커에는 우리 아이를 먼저 구해주세요 하는 것은 어폐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것을 보면 구조신호 또는 배려가 아닌 장식용 스티커로 보일 수밖에 없다. 스티커가 남발되고 있는 경우에 실제 보호받아야 할 어린아이를 동반한 차량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1980년대의 미국의 응급의료체계는 현재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와 비교하여 한참 뒤떨어진다. 그당시 미국이 주먹구구식의 운영이었다고 한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신속·정확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현재 전 세계의 응급의료체계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를 따라올 국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출동할 때 마다 늦게 왔다고 푸념을 듣지만 119구급대나 119구조대의 차량 속도계를 구경해보면 절대 그 소리를 못한다.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급출발, 급제동, 급회전에 신호무시하고 달리는 것을 보면 어지간한 운전자는 감당 못한다.

‘Baby on Board’의 유래와 같은 교통사고를 보자. 사고 현장에서 위급한 상황을 판단하여 가장 위급한 환자부터 우선 조치하며, 차량 내부를 샅샅히 살펴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판단될 때 이송조치를 한다. 즉,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부터 먼저 구하고 혹시라도 귀중한 생명이 있을지 몰라 다시 한 번 검색을 한 후 이동시키니 안심하기 바란다.

또한 ‘Baby on Board’ 스티커는 유리창이 아닌 후면 차량본체에 부착하였으면 한다. 유리창에 부착했을 경우 교통사고 발생 시 대부분 파손돼 원래 부착했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흔적이 남아있는 차량본체에 부착해야 한다.

나의 아이를 먼저 구해달라는 ‘Baby on Board’라는 스티커가 장식용 스티커로 변질되었다면 이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도 한번쯤 점검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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