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인들의 기상을 보여주다

라오스 여행기를 연재했던 소방관 김경식 박사가 또 한 편의 글을 보내왔다. 남승룡 마라톤의 사후 행사로 세이셸에서 열린 마라톤 참가기이다. 그는 지난해 순천에서 열리는 전국적인 마라톤 대회인 남승룡 마라톤 운영에 기여했다. 자매결연을 맺고 이 행사에 참가한 세이셸의 마라톤 대회에 답방 형식으로 참가한 것이다. 본지 고정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열혈 소방관의 두 번째 여행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 세이셸공화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필자는 이 대회 출전을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출국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카카오톡 단체톡방을 만들어 출국에 따른 준비사항을 서로 꼼꼼하게 챙긴다. 5박6일이라는 기간이기에 챙겨야 할 것들이 많고 조금만 실수해도 출국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만전을 기했다.

마라톤대회 참가 계획에 따르면 순천에서 기차와 버스,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며, 중간에 환승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약 28시간이 소요된다. 순천에서 KTX로 인천공항까지 직항이 있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으로 광명역에서 공항버스로 인천공항까지 가야 했다.
필자는 골초라서 조금이라도 늦게 출국수속을 하고 싶었으나 일행들의 권유로 조금 이른 시간에 해야 했다.

인천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공항(두바이 공항 옆)까지 최소 9시간 30분, 대기시간 포함하면 11시간인데. 금단 증상이 일어나면 어떡할까하여 미리 금연껌(2만 원)을 여권과 함께 호주머니에 넣었고, 담배와 라이터는 백팩에 넣어서 아예 꺼낼 수 없게 조치했다. 조그만 흡연구역에서 갈증을 달래는데 골초인 필자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담배냄새가 악취로 변해서 나는데 딱! 이순간만 금연을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다. 약 3시간. 에티하드항공의 탑승수속을 위한 방송과 자막이 울려 퍼지는데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국내에서 이륙하거나 환승 후 세이셸로 갈 때 모두 이륙 후 항공궤도에 오르면 기내식을 제공하는데, 아랍항공이라 국내식이 아닌 아랍계열 음식이다. 향신료 냄새(카레와 비슷)가 났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먹을 만하고 다른 일행들도 모두 잘 먹는다.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와 음료, 맥주와 위스키를 모두 주문해서 먹었다. 승무원들이 나만 보면 자동적으로 위스키 또는 맥주를 제공했을 정도였다.
 

▲ 에티하드항공 기내식, 투명컵에 있는 것이 위스키.


아랍에미리트는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주요 거점지역으로 아부다비나 두바이 공항에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미주 대륙을 하루 수백편의 항공기들이 북적이는 국가이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환승시간은 약 4시간이다. 쇼핑, 식사와 커피, 음료, 흡연을 위한 공간들을 작게나마 갖추고 있다. 전 세계인이 거쳐 가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모두 손짓발짓으로 서로 의사소통한다. 다만 메뉴가 적힌 곳에는 영어와 아랍어가 주를 이루며 달러가 통용된다.

아랍에미리트는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5시간이며, 10시간 이상을 밤에만 날아와 아부다비공항은 아직도 새벽이었다. 중동지역의 테러 여파로 허리띠에 신발까지 벗고 검색을 할 정도 공항검색이 강화되어 있었다. 환승을 위해 흡연실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커피와 음료, 맥주, 쇼핑을 하며 4시간을 보낸 후에야 세이셸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 또 4시간을 중형항공기(우리 저가항공기보다는 약간 크다)로 이동해야 한다. 대낮에 이동하는 것이라 창밖의 경치를 보면서 가면 되겠지 라는 생각은 오산, 아무리 가도 망망대해로 파란 바닷물과 하얀 구름밖에 보이지 않는다.
 

▲ 망망대해.

착륙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 외국영화 몇 편이 제공됐다. 아랍어 자막은 포기하고, 영어 자막은 어느 정도 해석이 가능해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택시운전사는 처음은 우리말, 두 번째는 우리말과 영어자막, 세 번째는 영어와 영어자막으로 봤는데, 외국인의 입장에서 5・18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그네들이 우리의 구수한 사투리를 흉내낼 수는 없었지만 외국의 하나의 사건을 자신들이 해석한 것이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으로 인식한 것에 만족했다.
 

▲ 세이셸공화국 공항에서 맞은 석양


착륙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안전띠를 착용하고 밖을 바라보는데 바다 바로 위로 낙하하고, 필자의 느낌으로 약 10M의 높이에서 접지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낮은 해변에 공항이 위치한 것 같았다. 순천에서 출발하여 세이셸공화국까지 기차, 버스, 비행기를 타고 약 28시간의 여정 끝에 목적지에 도착해서인지 바닷내음이 이렇게 좋을 수가! 공항 주변은 쭉쭉 뻗어있는 야자나무들이 열대지역에 왔음을 알게 해주지만 여수공항보다 작아 보인다. 세이셸의 인구가 10만이 안되니 당연한 것이다. (계속)
 

▲ 도로변에 있는 열대나무들.


세이셸공화국 (Republic of Seychelles)
 

아프리카 케냐 동쪽 약 1,600Km에 인도양 망망대해에 약 115개의 섬으로 된 국가이다. 수도는 빅토리아, 화폐는 세이셸 루피, 열대해양성기후, 바다에는 상어와 참치가 많아 원양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국가경제는 개발도상의 혼합형으로 특히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
 

 

간단한 역사는 1756년 프랑스 합병, 1810년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으로 영국점령, 1903년 영국 직할식민지, 1976년 영연방내 독립국, 1977년 르네가 쿠테타로 집권했다. 순천정원박람회장에 있는 코코넛 열매와 코끼리거북이 이곳에서 기증한 것으로 순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국가이다.(자세한 내용은 다음백과 참조)

현지인 대부분은 호텔, 상가, 요트, 보트 등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평균 수입은 그렇게 높지 않다. 현지인들의 교통수단으로 승용차를 들 수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관광산업 목적이고, 가난한 현지인들의 출퇴근 수단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시내버스이다. 시내버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춘지 한참이나 지난 대우 타타(TATA)버스로 중년에 가까운 필자도 아주 어렸을 적에 본 기억이 있나 없나 할 정도의 차량인데 이곳에서 버젓이 국민들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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