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선
    순천전자고 교사

스승의 날이 있는 주간이다. 작년에 우리 반 학생들은 케이크를 사와 초에 불을 켜고 ‘스승의 노래’를 불러줬다. 오후엔 관내 교직원배구대회에 참가하고, 학교 선생님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낮엔 고등학교 때 선생님과 대학교 때 존경했던 전공 교수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나에게 스승의 날이란, 살아오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던 고마운 선생님들 중 여전히 연락이 닿는 분들에게 전화를 드리는 날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배구를 하러 간 학교에서 아는 동료선생님으로부터 ‘스승의 날인데 우리반 애들은 하나도 안 챙겨주네요. 제가 너무 애들을 꽉 잡고 잔소리를 많이 했나 봐요’ 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3월, 4월, 그리고 5월 중간고사가 막 끝난 때라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되돌아보는 때이기도 한 것 같다.

스승의 날, 옆 반 담임 선생님이 받는 선물 공세가 애정 표현의 다인 듯 괜히 내 자신과 비교가 되던 때도 있었다. ‘스승’의 날이 터무니 없이 무겁고 그 하루가 너무 어색하긴 오래된 일이다. 차라리 재량휴업일로 학교를 나가지 않거나 학교 재량 단축 수업을 한 후 선생님들과 조촐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많다. 올해 우리 학교는 오후에 선생님들과 순천만정원 산책을 하러 나가기로 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라 카네이션도 안 된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 전에도 학생 대표의 부모님들이 작은 선물을 보내기도 했는데 불가능하다. 좀 더 기사를 검색해 보면 1963년 청소년적십자가 처음으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가 1965년엔 5월 15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 날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이라고 하는데 스승의 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스승은 누구일까. 자기의 인생에 크고 작은 배움을 준 인물일 것이다. 대체로 ‘선생’에 ‘님’를 붙여 존중과 예우를 다해 준다. 그렇다면 꼭 학교 교사에게만 국한된 호칭은 아닐 것이다. 실개로 학교 안에는 다양한 ‘선생님’이 있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밥을 만들어 주는 선생님, 행정실에서 교육을 지원해 주는 선생님, 교문 지킴이 선생님, 교무행정사 선생님, 학교 구석구석 청소를 해주시는 선생님…

지금의 내 삶에 크고 작은 가르침을 준 사람을 기억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금 자기의 삶을 되돌아 보고 삶의 연속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꼭 기념일 하루에 국한할 일인가. 스승의 날은 없애는 것이 더 낫다. 기념일에서 폐지한 역사가 있기도 하다.

교사는 누구일까.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취업을 알선하는 회사원인 것도 같다. 세월호 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가만히 있으라’면 학생들을 가만히 있게 하는 말단 국가공무원인 것도 같다. 공문서 처리 능력이 더 중요한 학교 조직 문화를 보면 교육행정가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동시대 학생들과 같이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노동자다. 한 달 일하고 한 달 봉급을 받는 노동자다. 그렇다면 5월1일 노동절을 기념하는 것이 더 옳다. 교사도 노동자이며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 학교는 학생 등교 시간이 8시40분이다. 1교시는 8시50분에 시작한다. 그래서 대다수의 교사들은 그 이전에 출근한다. 8시간 노동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도 오후5시가 퇴근 시간이다.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운영할 수 있는데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스승의 날은 폐지하고 평상시 교사들이 공교육다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문화를 위해 모두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이번 달 말에 성과급이 지급된다. 나는 작년에 우리학교에 발령받은 후 담임과 국어수업과 인문학 교육 활동을 위해 여러 선생님들과 같이 노력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작년 나의 교육 활동 등급은 꼴등인 B등급이다. 교사에게 등급을 나누어 봉급을 가르는 일부터 멈춰주시라. 다음 달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인데 당사자인 교사에게 일체의 활동을 금지시키는 것부터 멈춰주시라.

나의 노동이 존중받으면 좋겠다. 스승의 날 따위는 필요없다. 우리의 수고를 위로해 주고 싶다면 노동절을 기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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