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섭
    순천여고 교사

각 정당의 공천이 얼추 마무리되면서 소속 정당과 출마자, 운동원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소속 당에서 공천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일부 후보자들은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선거판은 더욱 달궈지는 듯하다. 거리 거리에는 후보자들이 명함을 돌리며 시민들과 낯을 익히고 있고, 어느 경로로 알았는지 문자 메시지와 SNS 메시지는 숨 쉴 틈 없이 카톡카톡 소리와 함께 날아온다. 바야흐로 선거 축제의 계절이다. 농번기와 맞물려서 농민의 소중한 표가 제대로 행사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한다. 아름다운 순천에서 일어났으면 좋을 소망을 적어 본다.

첫째 평소에 지역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이 뽑혔으면 좋겠다.

선거철이 되면 지역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갖가지 현란한 공약을 걸고서 자신이 가장 적임자라고 내세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해마다 선거를 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보통 때 지역 현안이 있을 때 이들 중 몇 사람이나 지역을 위해서 노력했을까?

현 정부가 출범한 것은 2016년 겨울의 추위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과 가정의 편안함을 젖혀두고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항쟁에 기인한 것이다. 순천은 다른 어느 지역에 비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을 가장 오래 들었던 곳이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지방 선거에 나서고 있는 분들 중에서 진정으로 전국의 국민, 지역의 시민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분은 얼마나 될까? 아니면 지역의 현안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해결을 위해 힘썼던 분들은 얼마나 될까. 이제 우리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엄정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둘째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투표할 필요가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지난 정부 시기 대통령과 의회 권력의 집중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같은 정당 중심으로 선출하면 서로에 대한 견제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정 정당에 대한 편중된 지지는 지역민의 여론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지명도는 낮을지라도 잠재력이 큰 후보를 선택하여 미래를 준비하도록 키워주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까지 지역 대표로 주로 구성이 된다. 직능별 대표가 비례대표로 진출하지만, 그 수가 너무 적다. 법을 고치는 것은 미래의 일이니 우선 투표를 할 때 우리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며 분야별 전문가를 골라서 밀어주는 것도 차선책이 될 것이다. 정당 투표를 할 때 분야별 전문가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정당에 지지를 보내주면 의회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순천의 유권자와 후보가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변화를 하면서 지역 문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조차 중앙의 뉴스로 도배되는 속에서 지역의 현안들이 묻히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 내지 전남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곳도, 순천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는 곳도 순천이면 더욱 좋겠다.

학교 급식에 지자체가 지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전남도의회가 급식 조례를 만들면서부터라고 알고 있다. 성남시가 박근혜 정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산후 조리원을 만들었는데 이게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전국으로 번질 것 같다. 나주의 100원 택시도 전국으로 파급되고 있다.

이번 지방 선거를 통해 순천 시민과 단체, 지방 선거 입후보자들이 ‘순천발’ 정책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지역 농산물을 간식으로 제공하자는 공약은 아주 참신하다. 가공 식품으로부터 청소년의 건강을 지켜낼 뿐 아니라, 지역의 농업 기반을 유지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순 사건’의 진실 규명과 해원 작업은 왜곡된 한국 현대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며, 한국 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문제의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난 시대 몇 차례의 선거를 돌이켜 보면 순천 시민의 선택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재임 중의 비리로 중도 사퇴를 넘어 구속된 여러 사례도 있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적 행동으로 시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바도 있다. 이번에는 순천다운 선택이었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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