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세월호 침몰은 그냥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들 중의 하나로 기억될 뻔했는데,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아 참사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도록, 실종자가 잊혀지지 않도록 유가족들은 4년 동안 싸웠지만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왜곡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되면서부터 세월호 참사 이전의 어른으로 마냥 살아가기에는 아이들한테 너무 부끄러웠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떠올리면 내가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것조차 마음에 걸렸다.

2015년 3월 17일 연향도서관 지하극장 ‘연’에서 240여 일간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기록하여 엮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를 했을 때 일이 떠오른다. 책을 미리 읽지 못하고 가서 마음 한 구석이 찔려 있는데, 앳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천여중 1학년 학생이 유가족한테 이런 일이 생겨 정말 슬프다고 하면서 뭘 도와드리면 될지 물었다. 그 물음에 신호성학생의 어머니 정부자 씨가 “1년이 다 되가는 데 아무 것도 한 게 없지만 예쁜 딸이 말해주니까 다시 힘을 내야겠네요. 여기 있는 어른들이 앞장서서 할 일이니 아이들은 자유롭고 해맑게 살아야죠.” 이 말을 들으면서 뜨끔했다. 그동안 어른으로 살면서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가만히 살아왔고, 가만히 살아온 것도 모른 채 살았다. 오히려 유가족들이 개인의 슬픔과 분노를 넘어 대한민국의 학부모 대표로서 싸워나가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배운다.

세월호 참사를 되짚어보려고 2018년 4월 15일 목포 신항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4년 기억 및 다짐대회’에 참가하였다. 저항 1461일째, 미수습자 5명이고 내일 안산에서는 합동영결식이 열린다고 한다. 유가족들의 한이 서린 이야기를 듣고, 돌아와서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다시 펼쳤다. 책을 읽다가 눈물이 앞을 가리기도 하고 마음을 추스르느라 계속 읽기가 힘들었다. 왜 다들 하나같이 가슴을 후벼파는 사연들인지. 나처럼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울보라는 별명을 지닌 아빠, 4월 16일 이후 모든 시간이 꿈같다는 엄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부모들이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참사의 당사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연들 하나하나가 나를 향해 ‘너 이래도 가만히 있을래.’하고 종주먹을 들이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제 목포 신항에서는 304명의 희생자들이 “다시는 이러한 희생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마지막 꿈과 소원을 담은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나는 그들의 꿈과 소원이 헛되지 않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하는 데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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