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창작예술촌(장안창작마당) 레지던시 2기 작가들이 선정돼 16일 입주하였다.
3월 전국공모로 21개 팀이 지원했고 이 중 3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새로 입주하는 최지이(39), 정두연(29), 박솔지(28) 작가는 4월 1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순천창작예술촌 레지던시에서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하게 된다. 작가들은 스튜디오와 창작지원비를 받게 된다. 새로 입주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새로 입주한 박솔지, 정두연, 최지이 작가의 작품 활동 공간인 장안창작마당 전경.


혼돈에서 우러난 순수

▲ 최지이 작가

최지이 작가는 홍익대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강사로 활동했다. 10회의 개인전 18회의 단체전을 열었다. 드로잉을 기반으로 다양한 재료를 활용,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 작가가 예술의 길에 들어선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뭔가를 쥘 힘이 생겨서 한 낙서에 부모님이 제목을 달아 보관해 주셨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꿈이 있으셨대요.”라며 “막내이니 실험정신을 발휘하신 것도 같고 정신적으로 작가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만들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자식이 작가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시기에 경제적 어려움에도 “원래 그런 거야. 그래도 해봐.”라고 조언하고 힘을 주신다고 했다.

최 작가의 창작 방법은 조금 독특하다.
“그림을 그릴 때, 스케치를 안 하고 이미지를 찾아가요. 종이가 저에게 말을 해요. 뭐를 그려봐 이렇게, 여기에 머가 들어가 이렇게.”라며 “선 하나로 시작해 나뭇잎으로 갔다 곤충의 날개가 될 수도 있고 그러다 나뭇잎으로 돌아갈 수도 있죠.”라고 말했다. 흡사 길거리에 버려진 대리석을 주워와 “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나요”라고 묻고 뿔난 모세상을 조각했다는 미켈란젤로의 이야기 같았다. 온갖 장르 파괴가 일어난 혼돈의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순수로 돌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작가는 “제 작업은 일종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언어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작품도 입체가 될 때도 있고 설치가 될 때도 있고 재료의 특성에 따라서 각기 다르게 표현되다죠”라고 말했다.

▲ 최지이 작가의 회화 작품

최 작가는 순천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드로잉에서 출발하고 많은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고 탐방을 통해서 일어날 재미난 일들에 대해 기대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순천에서 최 작가에게 주어진 환경과 재료들이 작가에게 어떠한 영감과 대화를 걸어올지, 그 대화의 결과 어떠한 창작물이 탄생하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난독의 시각으로 본 세상

▲ 정두연 작가

정두연 작가는 추계예술대학 동양화과와 고려대학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설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4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동양화의 틀인 지․필․묵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창작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그런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한국예술을 더욱 발전시킬 방법이고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라고 말했다. 정 작가가 예술의 길로 들어선 것은 예술적 환경을 조성했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그러기에 동생도 성악을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정 작가의 창작 특징은 ‘난독’이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난독증은 숨기고 싶은 결함적 요소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뭔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문자의 해독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계에 대한 사용의 어려움, 서로 다른 가치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난독이라는 상황으로 확장해 작업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여러 부적응의 상황이 자신을 힘들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 정두연 작가의 설치 작품

정 작가는 순천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순천 시민들과 워크숍을 진행해 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난독을 일으키고 어떤 부적응의 상황이 일어나는지 파악해 내 방식으로 표현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순천은 따뜻한 느낌을 가지고 있고 레지던시가 위치한 문화의 거리에는 다양한 공방과 작가들이 있어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가 아닌 자신이 직접 수집한 정보와 지식을 통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창작을 준비하는 정 작가의 모습은 많은 기대를 하게 한다.


불안을 통한 자아 성찰

▲ 박솔지 작가

박솔지 작가는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입체 및 설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졸업 후 여러 불안감에 직장으로 피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 생활과 창작에 대한 갈망이 그를 다시 예술의 길을 걷게 했다. 처음 박 작가가 예술의 길을 걷기로 작정했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한참 늦은 고2 때였다. 게다가 한때 화가를 지망했던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몰래 학원에 다니며 준비해야 했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기교나 테크닉이 없었기에 좀 더 개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이 입시하는 사람들도 신기해했고, 그 당시 입시 미술이 자유 두상 같은 형식이라 늦게 시작한 게 유리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 작가의 예술세계를 설명하는 단어는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작가는 늦게 입시 미술을 준비하면서 불안에 떨었고, 졸업 후 미래에 대한 불안, 직장 생활 중에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고통받았다. “제가 남들보다 불안이라는 감정에 더 예민하고 많이 느끼는 사람이래요.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죠.”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면서 치유하고 예술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어떤 대상이 가진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방어기제를 안다면 어디에 불안을 느끼고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 가는 과정을 느끼게 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박솔지 작가가 만든 조소 작품

박 작가는 순천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기제를 찾기 위해 시민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할 거예요. 조형적인 작품만 할 것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해 사람들이 들어오는 순간 불안을 느끼는 공간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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