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광장신문은 협동조합이 만든 신문이다. 조합원들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담을 때 협동조합 언론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곧 순천지역의 다양한 사람들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공동체를 따뜻하게 할 것으로 보고‘IN 순천, 순천인’을 기획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이라고도 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속담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언제부터인가 함께보다는 혼자 달리는 경주를 하고 있다. ‘누구보다 더! 누구보다 잘!’ 이 아닌 함께 이루어 가는 연습이 아쉽기만 하다. 우리 어린이들은 어디에서 따뜻함을 느끼며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하기는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이 숙제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조례동 금호아파트 작은 도서관에 가면 함께 크는 아이들이 있다.

집처럼 편하게 들러서 책을 읽고 놀거나 공부하다 갈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은 참새 방앗간처럼 방과 후에 들른다. 오후 1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도서관에서는 책 읽기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매주 금요일 5시는 오카리나 수업이 있는데 여기에 모인 아이들을 만나보았다.

 
 
 

맑은소리 어린이 오카리나 팀은 모두 조례초등학교에 다니고 조례 금호아파트에 살며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동네 친구들이다. 도서관에서 매주 금요일에 오카리나를 배운 지 3년이 되었고 작은 무대이지만 초대를 받아서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연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들뜬 마음을 한마디씩 표현해보았다.

박영주 (조례초등학교 4학년)
오카리나 연습이 힘들 때도 있지만 계속하고 싶어요.

주나린 (조례초등학교 4학년)
연습시간을 맞춰서 모이는 것이 힘들지만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좋아요. 빨리 공연하면 좋겠어요.

김나연 (조례초등학교 5학년)
오카리나를 배운 지 3년이 넘었는데 처음엔 어려웠지만 ‘이웃집 토토로 3중주’를 연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계속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곽소연 (조례초등학교 5학년)
매주 금요일에 모이는 것이 재미있고 기다려져요.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 나를 남자로 착각할 때 제일 재미있어요.

신현호 (조례초등학교 4학년)
연습하는 것은 짜증이 나지만 끝나고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학원에 안 가니까 재미있어요.

김나예 (조례초등학교 4학년)
좋은 소리를 만들려면 힘들 때도 있지만 즐거울 때가 더 많아요. ‘뭉게구름’을 연주할 때 제일 재미있어요.

박영민 (조례초등학교 4학년)
오카리나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합주를 하면 재미있어요. 누가 틀리면 웃기고 다시 잘할 때까지 맞추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합주를 잘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계속하고 싶어요.

▲ 매주 금요일 5시에 모여서 오카리나를 연습하는 아이들, 합주를 통해 함께 만드는 세상을 배워 가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아이들은 연습의 고충을 자기 말로 쏟아냈다. 그래도 결론은 “재미있다!”로 마무리했다. 크고 작은 무대가 무슨 문제인가? 아이들은 함께 했던 시간만큼 더 가까워져 보였다.

양희정(오카리나 지도자, 조례 금호아파트 주민)
오카리나 지도를 담당한 양희정 선생님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인데 아이들을 위해 품앗이 교육을 하고 있다.

“주 1회 한 시간씩, 3년 동안 매주 교육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악기와 음악을 통해서 즐거움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곡을 연주하면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거든요. 슬픔과 기쁨을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기분도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많은 감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개성이 다른 여러 아이가 있다 보니 때로는 다툴 때도 있지만, 합주라는 과제가 있어서 다시 화해하고 맞춰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벌써 3년이 되었네요.”
 

▲ 왼   쪽 : 양희정 선생님 (도서관에서 3년동안 오카리나 지도를 하고 있다.)
    오른쪽 : 김현정 선생님 (도서관 관리를 하고 있는데 6년 전에 마산에서 순천으로 이사 왔다.순천사투리를 토박이보다 더 잘하는 선생님은 살기 좋은 순천 이야기와 작은 도서관.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2003년에 전국 최초로 기적의 도서관 1호가 순천에 세워진 이후로 크고 작은 마을 도서관이 많이 생겼다. 집과 더 가까워진 도서관이 아이들에게는 친구들을 만나고 생각을 키우고 꿈과 추억을 키워가는 공간이다.

얼마 전에 공중전화부스를 활용한 영국의 작은 도서관 사진을 보았다. 겨우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당당하게 도서관이라고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약 1,000권의 도서와 열람석 6석만 있다면 작은 도서관을 설치할 수 있다고 하니 각 아파트 단지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작은 도서관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전구가 반짝하고 켜진다. 광장신문에서 작은 도서관을 만들 수 있을까?
1000여권의 책
30㎡의 장소
6개의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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