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봄꽃들이 만발하던 시절에 필자의 동료들인 소방공무원 3명이 하늘로 떠났다. 3월 30일 오전 도로변에 개가 있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을 것이라 예견하고 그 처리를 119에 신고하였다. 관할 충남 아산소방서 둔포119안전센터에서 소방펌프에 4명의 소방공무원이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개를 포획하기 위하여 준비하던 중 25톤 덤프트럭이 뒤에서 추돌하여 3명이 순직하고 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전라남도에 근무하는 필자와는 근무하는 곳이 먼 충청남도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역만 다르지 똑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같은 소방공무원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충남 아산에서만 도로변에 개를 포획하러 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도 매일 반복되는 출동의 연속이다. 개뿐만 아니라 염소,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에서부터 멧돼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까지 거의 모든 장소에 출동하고 있다. 출동하는 이유는 이 동물들로부터 혹 야기될지 모르는 위험을 제거해달라는 신고 때문이다.

2017년 전국 구조출동은 약 80만 건이며, 그중 동물구조 출동 건수는 약 12만 건으로 약 15%에 달한다. 2018년 3월 유기견 처리 등 비 긴급출동에 대한 ‘생활안전 출동 기준’을 정한 경기도의 경우 시행 1개월만에 출동건수가 무려 75%가 줄었다. (서울신문, ‘유기견 출동’ 금지했더니 119 출동 75% 줄었다. 2018.03.31.) 신고내용을 인용하면 ‘장롱 속에서 쥐소리가 난다’, ‘비둘기가 빌라 안으로 들어왔다’, ‘현관문 번호가 기억나지 않으니 열어달라’, ‘주차비를 냈는데 주차할 곳이 없다. 조치해 달라’, ‘TV가 나오지 않는다’, ‘대리기사가 안 온다’ 등 웃지 못할 내용이 많다. 즉, 소방공무원을 심부름꾼으로 취급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로에 있는 동물의 처리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업무 영역에 속하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질적인 업무가 주어져 있다. 사고가 나서 다쳤을 경우에는 야생동물보호기관에서, 죽었을 경우에는 폐기물처리법에 따라 처리된다. 신고는 ‘120’ 또는 ‘지역 번호+120’으로 하면 된다. 문제는 시민들이 알고 있지 못하여 ‘119’로 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의 순직이라는 뉴스는 자주 접하는 것 중 하나이다. 해마다 5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현장 출동에서 순직하고 있다. 위험한 업무를 하면서 안전에 유의하면서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책상에 앉아서 경험해 보지 않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시민들이 직접 처리하기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을 대신 소방공무원에게 시키는 것으로 순직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방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다. 더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에 출동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긴급하지 않은 민원 출동에 당하는 순직 사고이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이 여자 소방공무원이라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소방공무원 임용을 앞두고 마지막 현장 교육 중이라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아직 30세가 되지 않은 젊은이라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순직해서 현충원에 묻힌들 다시는 우리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과거 소방공무원의 순직 때마다 업무환경 개선이니, 소방공무원 충원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불과 며칠 만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라졌던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그저 안타깝다는 말로만 넘어갈 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어떠한 것이라도 모두 출동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현재 소방공무원의 숫자를 보면 긴급출동만으로도 벅찬 현실이다. 왜 이 부분에 대해서 간과하는 것인가? 그저 나만 편하고 안전하면 다행인 것인가 물어본다. 역설적으로 소방공무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소방공무원이 많은 지역이 시민의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점, 꼭 기억하자.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