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벚꽃에게, 벚꽃이 진달래에게. 꽃들도 권력을 이어준다. 동천을 분홍 꽃으로 화사하게 수놓았던 벚나무는 이제 초록 이파리들을 가득 달았다.

그 북쪽 한 켠에서 세 번 째로 개장한 기적의 놀이터는 아이들을 기다린다. ‘시가모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놀이터란다. 초등학생이 지은 이름이다.

녹음처럼 푸른 청춘들은 문화의 거리 장안창작마당에 둥지를 얻어 짐을 풀었다. 새로운 출발이다. 창작의 고통에서 삶을 느낄 준비를 한다. 그 멀지 않은 곳에는 공방을 창업해 인생을 풀어가고 있는 또 다른 청춘이 있다.

상춘객들이 전국의 꽃밭을 누비고, 그 사이 어떤 이는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해에, 수 십 년 전에는 갈 수 없었던 금단의 국가로 향했다. 이국의 낯선 문물에 오감이 열리고, 여행자는 삶의 활력을 재충전하며 기록을 남겼다.

순천대의 한 학자는 대한민국의 학술성과를 엮은 학회지로 또 다른 한류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연향동 국민은행 앞 거리에는 분향소가 세워졌다. 4·16 세월호 참사 4주기다.

4년이 지나는 동안 정권이 바뀌었다. 참사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도 변했다. 그러나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여전하다. 사건에 대한 책임자들의 무성의는 세상변화로 어느 정도 치유됐지만, 그새 지나간 세월은 장애물이 되어 쌓였다.

지방선거가 한 가닥 씩 갈피를 잡아가고 있다. 순천시의 거대 여당 공천 일정도 그 끝에 다다르고 있다. 곧 대진표가 확정된다.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무성한 뒤 열매가 달린다. 그 결실이 지난 봄의 화려함과 기대만큼 만족스럽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고, 청년들은 쓴 인내의 대가에 걸 맞는 단 열매를 딸 수 있는 순천을 기대해 본다. 세계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그 순천에 놀러 오고, 한국의 뛰어난 학문적 성과에 경탄하기를 꿈꾼다. 아프지만 4·16 참사도 잊지 말자. 주권자들이 해를 넘겨가며 몸소 한 겨울 아스팔트 바닥을 전전하게 했던 국정농단의 기억도 놓지 말자. 망각하면 비극이 반복될 테니까.

지방선거는 이런 꿈을 백일몽이 아닌 포부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시민들은 다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