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순천대 사학과
한국연구재단 학술지발전위원회 위원장

학술지는 학계를 대표하는 성과가 발표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국가 학문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이다. 따라서 세계학계에서는 학자들이 학회 회장보다 학술지 편집위원장을 더 명예롭고 중요한 자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해방 후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학술지는 세계 주요 학술지들에 비해 국내외에서 저평가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학술지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못하고 국내 학계와 정부도 해외 학술지들을 한국학술지보다 우대해서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학술지에 대한 저평가는 한국학계와 국가에 대한 저평가를 야기해 한국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국가의 성장과 더불어 한국학술지 수준이 크게 상승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학술지에 대한 저평가는 시급하게 시정되어야 할 과제이다.

한국의 대부분 학술지들은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등재(후보)제도를 통해 평가받고 등재되고 있다. 2018년 3월 현재 9,111개 학술단체가 5,412종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고, 이 중 43.9%인 2,378종이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지이다. 이 학술지 등재제도는 1998년부터 시작되어 2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형 학술지 평가제도이다. 2014년 이후 한국의 학술지등재제도는 학계의 추천을 받아 구성된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존 학술지등재제도를 자율적으로 개선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학술지발전위원회는 체계보다 내용 중심의 학술지 평가방식, 학술지 전문평가단 운영을 통한 학술지 평가수준 제고, 각 학문 분야 등재학술지의 상위 10%를 선정하는 우수등재학술지제도 등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개선안이 자리 잡아가면서 학술지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제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새로운 개선안들이 정착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해부터 연 5조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이 학술지발전위원회가 선정한 우수등재학술지를 웹 오브 사이언스에 등재된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세계 유명학술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학계를 대표하는 우수등재학술지의 발전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한국학계의 외국학술지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따라서 한국연구재단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과 대학들도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우수등재학술지를 세계 저명 학술지들과 동일하게 대우해주기를 기대한다.

우수등재학술지를 비롯한 한국학술지의 우수한 성과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널리 확산될 필요가 있다. 한국학술지의 세계적 확산과 관련해서는 기존 학술지 PDF파일을 학술지 유통의 국제표준인 XML파일로 새롭게 원문을 변환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문을 XML파일로 전환하면 한국어원문이 실시간 다국어교차번역을 통해 세계 주요언어로 번역되게 된다. 현재 구글 교차번역 서비스를 통해 104개 국어로 실시간 번역이 가능하다.

한국학술지가 다국어교차번역을 통해 세계에 널리 확산되면 우수한 한국학문성과가 한류의 심화 보급에 기여할 것이다. 이는 또한 국가 브랜드가치의 품격을 높여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해방이후 현재까지 2,347종의 연구재단 등재(후보)지에 실린 전체논문은 약 152만개이고, 이를 XML파일로 전환하는 데 약 988억이 든다고 한다. 국가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생각하면 988억은 큰돈이 아니다. 따라서 우수한 학술지 성과의 세계화에 필수적인 한국우수학술지 원문의 XML파일 전환구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한국학술지의 세계적 확산과 한국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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