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아직도 항해 중이다


망망한 바다
저 망망한 세월을 건너는 배 한 척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세월호다.
 
우리는 각자의 세월에
가족과 벗들과 또 다른 무엇들을 태운 선장이지만
또 아들호나 친구호, 대한민국호나 지구호의
탑승자 명단에 올라 있는 승객이다.
 
망망한 바다, 이 망망한 세월을 건너는 동안
나는 너를 책임져야 하고, 너는 나를 책임져야 할
우리는 모두가 한 척의 배, 세월호의 선장이다.
 
生의 어떤 위기의 순간을 맞았을 때
우리가 속옷 바람으로 허위허위 탈출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세월호를 침몰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가 살아온 세월뿐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수평선 너머
우리가 살아야 할 세월의 끝에
그토록 꿈꾸던 본향의 섬은 있을 것이다.
그 본향에 이르기 전에는
배가 침몰한다고 해서 죽은 것도 아니고
그대들이 죽었다 해도 배가 침몰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넋들이여.
그대들의 세월호는 아직도 항해 중이다.
또한 수천, 수만의 세월호가 함께 항해하고 있으니
그립다 울지 말고 서럽다 잠 못 이루지 말라.
어두운 하늘 무수한 별이 길을 안내하고
달빛 또한 어둠의 뱃길을 환하게 열고 있지 않은가.

 

 


박두규
시인. 현재‘한국작가회의’이사.
‘지리산人’편집인.
‘국시모 지리산사람들’대표.
‘생명평화결사’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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