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7,8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사랑어린 연금술사 이야기 2

시골교회 신부님이 보니 참 안됐잖아. 이 아이도 실망하고 괴로워. 신부님이 가만 생각하다가 지방의 작은 신학교에 보냈어. 거기서도 열심히 했지만 역시 라틴어는 안됐어. 간신히 신학교를 졸업했지. 그래서 보좌신부가 되어 자기가 다니던 시골교회로 파송을 받아 열심히 신부수업을 했어.

그러다 신부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정리하는데 가진 게 없어 몇 개를 남겨줬대. 낡은 짚으로 된 침대, 책 몇 권, 담요 한 장. 그리고 교구에서 주교님이 정식신부 서품을 주고 프랑스 북부 산간지방 고원마을의 작은 성당으로 마리아신부를 보냈어.

갔더니 성당 건물이 낡아서 비도 줄줄 새고 쥐들도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그런데 사제관은 전에 있던 신부님이 잘 꾸며놔서 근사해. 이 모습을 보고 마리아 신부는 가슴 아팠어. 교인들이 와서 미사 드리는 성당은 비도 새고 쇠락했는데 신부는 근사한 집에 산단 말이야. 그래서 집을 다 비워서 교인들에게 내주고 문간에 있는 작은 방 하나를 차지했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좋은 침대에서 자는게 더 불편한거야.

작은 구석방에서 혼자 지내면서 성당을 다시 지어야겠다 생각하고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면서 성당을 짓기 시작했어. 그게 소문이 났어. 이번 신부님은 그전 신부님과 좀 다르다. 그전 신부님은 자기 사는 집을 꾸몄는데 이번 신부님은 자기 사는 집을 다 내주고 작은 방에 살면서 예배당을 신축한다. 그니까 여기저기서 돈을 주고 와서 도와 줘. 소문이 퍼지니까 딴 데로 간 사람들이 찾아왔어. 그렇게 예배당을 2년 동안 지었어. 최고 목재와 최고 석재를 사용해서 성당을 아담하고 근사하게 새로 지었어.

그리고 무슨 소문이 났냐면 그 신부님한테 고해성사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 소문이 난거야. 천주교 가면 고해성사가 있어. -고해성사가 뭐냐면 신부님한테 가서 그동안 자기가 지은 잘못을 고하면 신부님이 다 듣고 용서해주면서 그 대신 어떻게 하라고 얘기해주고 그 죄를 풀어주는 거야-
 

이제 그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저 산 너머 사람들도 오기 시작해. 작은 교회이고 고해실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표 받는 칸처럼 아주 작은 방이야. 거기에 칸막이해서 신부는 이쪽에 있고 신자는 저쪽에 있어. 칸막이를 통해서 얘기하는 거야. 멀리서 소문 듣고 고해성사하려고 계속 사람들이 찾아와 하루 종일 고해실에 갇혀있는 거야. 기록에 의하면 하루에 약 3백명을 만났대. 이 소문이 점점 퍼져 프랑스 전국에서 사람들이 신부님 만나서 고해성사하려고 오는 거야.

옛날엔 돈 많은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다녔는데 시골길엔 마찻길이 없어. 그래서 정부에서 마찻길을 닦아줬어. 시골의 작은 마을, 라틴어도 잘 모르던 아이가 나중에는 자기를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사람으로, 정부가 길을 넓혀줄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만든 거야.

너희들도 좋은 선생님 만나서 잘 배우면 그렇게 바뀔 수 있어. 모르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바뀔 수 있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바뀔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야. 1+1은 2지? 1×1은 1이야. 빨간 원과 파란 원을 더하면 빨간 원과 파란 원이 두 개가 있지. 그런데 빨간 원과 파란 원을 곱하면 빨갛기도 하고 파랗기도 한 원 하나가 있지. 그렇지?

네가 선생님을 만나서 배워. 그런데 더하기로 만나면 나와 선생은 둘이야. 그런데 네가 선생님을 곱하기로 만나면 나는 난데 처음의 나가 아니라 다른 나야. 선생님 만나기 전에 나와 선생님 만난 뒤의 나는 곱해져서 선생님이 내 안에 들어와 있지. 그래서 보라색이 된거야. 보라색 속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함께 들어있는 거지.

정말로 이 세상에서 가치 있는 사람, 사람들이 멀리서 가까이서 너희들을 보고 싶어해서 찾아오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으냐? 방법은 하나야. 좋은 선생님을 만나라. 좋은 선생님을 만나되 더하기로 만나면 소용없어. 그럼 너희들이 바뀌지 않아. 곱하기로 만나야 돼. 곱하기로 만나는 건 속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그게 연금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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