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가 세상에 나온 지 39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지유는 부모의 세계에서 살았다. 39개월 동안 엄마나 아빠가 없는 시·공간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다.

2018년 3월 2일. 이날은 지유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는 날이다. 지유가 유치원에 간다는 것은 새로운 교육기관에 들어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엄마와 아빠가 없는 시·공간을 처음 경험해 보는 날이기도 하다. 지유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엄마와 아빠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다. 엄마와 아빠가 모르는 세계에 지유가 놓여지는 날이기도 한다.
    
입학 첫날, 지유는 노란 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가려고 남정동 우체국 앞에서 아빠와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버스가 늦게 올까?”하며 장난을 치며 기다리고 있다. 며칠 전부터 버스 앞에서 아빠와 헤어지는 연습을 했지만, 막상 버스가 도착해서 아빠와 헤어지려고 하니 그때부터 정신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기사 아저씨와 선생님에게도 얼떨결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지유는 울음보를 터뜨렸다고 한다. 아마 아빠가 따라서 타지 않은 버스에 혼자 남겨진 느낌을 받은 순간, 지유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진 것 같다. 울면서 내리는 지유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사 아저씨와 계속해서 달래주는 원감 선생님이 있었지만 엄마와 아빠의 부재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떠나가는 버스를 보고 있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아내의 눈물을 보아서인지, 부모가 보기에 한참 어린 아이가 부모가 없는 세상에 홀로 던져진 것이 짠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눈물이 흘렀다.

나와 아내는 지유를 태우고 가는 버스를 따라서 쫒아갔다. 아내는 “엄마, 아빠에게 가고 싶다고” 울며 유치원 안을 들어가지 않는 지유를 멀리서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울다가 원장 수녀님에게 “배고파요. 밥 주세요”하며 들어가는 지유를 보고나서야 아내는 뒤돌아서 나왔다. 그 뒤 나와 아내는 계속 유치원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원감 선생님이 전해주는 지유의 소식에 일희일비하고 있었다.

아빠, 엄마와 헤어진 지 4시간 만에 만난 지유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오른쪽 눈가에는 빨간 상처가 나 있었다. 짠하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겪어나가야 할 경험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이런 경험을 하기에 너무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지유는 유치원에 두 번째 다녀왔다. 두 번째 날에는 노란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해서 직접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다. 성당에 내려서 유치원까지 혼자 걸어갈 거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지만, 막상 성당 앞에 도착하자 지유는 울기 시작했다. 30여분 동안 충분히 울고 나서 지유는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4시 30분까지 버틴 지유는 나오자마자 엄마에게 안겨서 펑펑 울었다. 여전히 눈물을 흘려 눈이 부은 얼굴이었지만, 지유는 엄마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엄마, 오늘은 전보다 덜 울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슬픈 감정은 점점 무뎌져 갈 것이다.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서로를 떠나보는 연습을 하면서.    


임경환 조합원. 생활글쓰기 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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