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지난 11월10일 독일 뮌헨과 가르미슈 등 네 도시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두고 주민투표를 했는데 네 도시 모두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 이로서 올림픽보다 환경보호를 더 가치 있는 일로 여기겠다는 독일인들의 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자칭 생태수도라 일컫는 순천에서 살고 있다. 필자는 순천만에서 26년째 살고 있다. 처음 이곳에 살기 시작할 때만 해도 순천만은 원시적 아름다움과 신비함이 간직된 곳이었다. 그 때만 해도 바닷가에 건져 올린 싱싱한 생선과 어패류가 식탁에 올랐고 일부 주민들은 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기도 했었다. 이렇게 순천만은 마을 주민들에게 조상 대대로 이어오던 삶의 터전이며 아이들에겐 꿈을 키우던 놀이터였다. 나라를 잃었던 시절에도 6.25 전란 때에도 순천만의 모습은 한 치도 구김이 없는 원시습지 그대로였다. 순천만 주민들은 아무 욕심 없이 창조주께서 보여준 만큼으로 만족하며 조용하게 살아오던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순천만 하도정비 사업을 두고 논란을 거듭하는 중에 하도정비 사업은 막아냈지만 결과적으로 순천만의 신비는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수 천 년 동안 감추어 두었던 신비로움은 사라지고 만인들에게 벌거숭이처럼 드러났고, 무수한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더럽혀지고 말았다.

이제 순천만은 더 이상 자연생태 체험장이라 부르기에 어울리지 않는 곳이 되었다. 양보해서 생태관광지라 해도 어울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생태 관광지라면 최소한 규제와 주의사항 정도는 있어야 한다. 단 5분이라도 방문객들에게 자연생태공원에서 행동지침에 대한 사전교육이 있어야 한다. 실제 순천만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유흥지에 온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순천만이 만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자연생태 때문이라는 점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순천만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곳이 되려면 순천만다움을 보존해야 한다. 그러면 순천만다운 모습이란 무엇일까? 여러 말이 필요치 않다. 본디 순천만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람의 간섭은 적을수록 좋다. 인공구조물들은 철거를 하든지 최소화해야 함은 상식에 속한다. 사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도 도시팽창을 막아 순천만을 지키겠다는 것이 본디 취지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순천만은 거대한 주차장과 우후죽순처럼 세워지는 상가와 펜션들로 인하여 순천만다움을 상실해 가고 있다. 밤이면 상가에서 비추는 불빛으로 인한 빛 공해도 심각하다. 주민들의 숙면방해는 물론 생태계교란이 크게 우려된다. 요즘 순천만 밤풍경은 완벽한 유원지의 한 모습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순천만 훼손됨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순천만 보전을 위한 조례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시도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어쩌면 이보다 더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순천만을 수 천 년 동안 보전하여 우리에게 물려준 조상들에 대한 도리다. 

순천만 보전을 위해 주민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습지보전에 지역주민참여는 람사르의 기본지침이기도 하다. 주민참여 없는 순천만 보전은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주민들이 겪는 불편에 대한 반대급부는 떼를 쓰지 않더라도 실현되어야 한다.  

순천만은 더 이상 사람들의 이용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보호와 사랑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올림픽 유치도 포기한 독일인들의 선택을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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