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습관’은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 행동’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또한 심리적으로 ‘학습에 의하여 후천적으로 획득되어 되풀이함에 따라 고정화된 반응 양식’이라고도 한다. 

Daum백과에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며 선천적이기보다는 후천적인 행동을 가리킨다. 먹고 자는 것에서부터 생각하고 반응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떤 행동이든 습관이 될 수 있으며, 습관은 강화와 반복을 통해 발전한다. 강화는 어떤 행동을 유발한 자극이 되풀이될 때마다 그 행동 혹은 반응이 반복되도록 조장하며, 그 행동은 반복될수록 더욱 자동적이 된다. 그러나 어떤 습관들은 단 한 번의 경험으로 형성될 수 있는데 특히 정서와 관련된 경우에 그러하다. 윌리엄 제임스가 그의 저서 〈심리학 원리 Principles of Psycology〉에서 말한 것처럼 습관은 보다 힘든 일을 위한 고등 정신과정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서는 유용하지만 행동을 점점 틀에 박히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즉, 반복된 행동이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필자가 세면장에서 하는 습관을 예로 들어본다. 샤워 꼭지는 항상 벽면을 향하고 있으며, 냉온수의 방향은 냉수쪽으로 틀어져 있다. 아이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 커서 자신들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왜 샤워꼭지의 방향과 냉온수의 방향이 한쪽으로 고정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필자의 직업병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만약 어린아이들이 세면장에 와서 물을 틀었다고 가정해보자. 냉온수의 방향이 온수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갑자기 뜨거운 물이 샤워꼭지나 수도꼭지로부터 쏟아져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차가운 물이 나왔어도 피해는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최소한 화상은 입지 않는다. 언제든지 부모의 시선아래 어린아이들이 있지 않기 때문에 조심하던 버릇이 이제는 아예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샤워 꼭지가 벽면을 향하고 있을 때를 생각해보자. 혹, 냉온수의 방향이 틀렸다 할지라도 먼저 뜨거운 물이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어느 정도 식을 것이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즉, 순식간에 화상을 입을 염려가 어느 정도 방비 되었다는 뜻이다. 성인들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갑자기 샤워 꼭지로부터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면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면장에 옷을 입은 채로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갈 수도 있는데 당황하지 않겠는가?

단순히 세면장의 수도꼭지와 샤워 꼭지의 방향을 틀었을 뿐인데 하나의 사고는 어느 정도 방비하고 있다. 소방훈련이나 대피훈련 등과 같이 큰 행사만이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일상화되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안전은 시작되는 것이다.

반대로 나쁜 습관은 무엇일까? 흡연자인 필자의 경우 담뱃재 처리 문제가 따른다. 재떨이에 제대로 비벼 끄지 않았을 경우 화재의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최소한 지정된 장소에서, 화재 위험이 없는 곳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장소에서 조심스럽게 피운다. 내가 좋다고 남에게 피해를 줄 수야 없지 않은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제일 좋은 장소는 역시 내가 운전하고 다니는 자가용이다. 이곳에서 담뱃재의 처리는 물이 들어있는 병에다가 넣고 뚜껑을 닫아 화재의 위험성과 냄새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이다. 여기에도 문제는 가족들이 내 자가용을 거의 타려고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딱하나 담배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이것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문제다.

주변을 둘러보자.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내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위험에 대비한 잘된 습관과 잘못된 습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잘된 습관은 모두에게 전파하고, 잘못된 습관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사고를 당하고도 고치지 않으면 해결할 방안이 없으며, 그나마 고치면 천만다행이라. 가장 좋은 습관은 사전에 사고를 대비하여 안전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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