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요즘에 학교에 가는 것이 싫어요. 아이들이 너무 욕을 쉽게 하고 무척 거칠어요. 그리고 자기들이 쓰는 말을 쓰지 않으면 마치 혼자서 고상한 척 한다는 눈초리로 쳐다보거나 따돌리기까지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애들이 쓰는 욕을 일부러 함께 써보기도 하지만 어색하기도 하고 제 마음이 더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친구들이 쓰는 말이 별로 좋게 생각되지 않지만, 안 쓰자니 소외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근래에 들어 참 혼란스러움을 느꼈겠네요. 학교까지 가기 싫다고 느낄 정도니 참 힘든 것 같군요. 그래요, 청소년 시기에는 누구나가 다 한번쯤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경험하게 되지요.

욕을 쓰는 문제이외에도, 조금 더 나아가면 친구들은 다 이런 옷을 입는데, 혹은 이런 행동을 하는데 나만 그 문화에 안 따라가면 소외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도 되지요. 이렇게 청소년 시기는 또래의 문화나 행동에 상당히 민감해지고 항상 행동을 함께 하고 싶고 또 그래야 또래집단에 속해 있는 것 같은 강한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지요.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아마도 함께 욕을 하면 그 친구들과 하나인 것 같은 느낌, 즉 동질감이 느껴지고 따라서 더 친해졌다고 생각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와 같은 불편함과 거부감이 들기도 할 겁니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욕뿐만 아니라 이런 웹툰을 볼까 말까, 이런 동영상을 볼까 말까, 이성친구를 사귈까 말까 혹은 성에 대한 가치관은 어떻게 갖는 것이 좋을까 등등. 모든 것이 어떤 것이 진짜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때이지요. 매우 혼란스럽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니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에 비추어서 나의 행동이나 생각들을 결정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은 혼란스러움이나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지 막막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지만 또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의 생각이나 가치관들을 세워나가는 즉, 어른이 되어 가는 통과의례라고 보여지기도 하네요.

섬세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일단은 내면의 소리에 한번 귀 기울여 보고,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한 번 정도 더 걸러서 생각하는 기회를 갖고자 상담을 신청했으니까 말이에요. 저는 그러한 점을 격려해 드리고 싶고, 사려 깊은 면이 좋은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욕을 하는 것이 ‘나쁘다’ 혹은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그 정도는 맞추어 주어서 욕을 하는 것이 좋겠다.’ 이 두 가지 대답 중의 하나를 던져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스스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욕을 했을 때에도 좋은 점이 있을 거예요, 친구들과 좀 더 일치감을 느낄 수가 있다든지,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푼다든지 등등. 그러나 욕을 했을 때의 나쁜 점도 있겠지요. 상스러워 보인다든지, 괜히 친구들에게 휩쓸리는 것 같고 진정으로 바라는 자신의 모습과 일치하지 않아서 부담스럽다든지 하는 마음들이 생기겠죠.

또 반대로 욕을 하지 않는 데에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겠지요. 욕을 안하면 내 마음은 순화되고 좋은 것 같은데 친구들에게서 느끼는 소외감이 크다든지 하는 등의 마음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양쪽을 잘 저울질해 보아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이고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 것인지를 스스로가 잘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생활하면서 무수한 결정을 내려야 될 거예요. 그때마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 누가 결정을 내려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두 갈래의 길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를 스스로 선택하고 또 그에 따르는 책임도 져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것을 하나 하나 잘 다루어나간다면 어느새 그야말로 진정으로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보고 저울질해 보세요. 누구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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