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라남도교육감 예비후보 등록한 장석웅 전 전교조 전국위원장

“중학교 친구들이 보면 놀랍니다. 노조(전교조)활동과 시민·사회운동을 하더니 지도자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거죠. 어릴 때 저는 이른바 ‘범생이’ 스타일이었거든요.” 계면쩍게 웃으며 자신의 ‘품성’에 대해 말하는 장석웅(62) 전 전교조 전국위원장을 3월 13일 신문사 회의실에서 만났다. 그는 6월 실시되는 전라남도 교육감 선거의 예비후보로 제일 처음 등록한 인물이다. 18일까지도 유일한 예비후보등록자였다. 지난 11일에는 순천시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80년대 초 교사신분으로 교육운동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던 장 전 위원장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감옥에 다녀온 민주화운동 세대다. 그 후 해직과 복직이 교차하는 가운데 거리와 교단에서 교육운동과 학생교육을 병행하며 지난해 8월, 평교사로서 38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마쳤다. 그리고 올해 6월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전남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추진위원회(추진위)’를 결성하고 11월부터 약 2개월에 걸쳐 ‘민주·진보교육감 후보추대 사업’을 벌였다. 장 후보는 이때 다른 두 명의 인물들과 함께 등록했다. 경선을 펼친 끝에 이들 시민단체들로부터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로 추대됐다.

평교사, 교육운동가에서 전남교육운영의 총책임자로 변신하고자 하는 그는 어떤 교육철학과 전남교육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있을까. 장석웅 전남교육감선거 예비후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출마의 배경과 동기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장석웅 전라남도 교육감 후보. 본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촛불혁명이 출마배경과 동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배경은 무엇인가,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2016년 말 촛불혁명에서도 아이들이 앞장섰다. 그것을 보면서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목포신항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는 퇴직을 앞둔 지난해 8월 목포신항 세월호 앞에서 ‘마지막 수업’을 열고, 제자들과 추모객들에게 리본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한 바 있다.

“퇴직날을 5일 앞둔 8월 26일 목포 신항 세월호 선체 앞에서 참회했다. 인간 보다 돈, 경제만능을 강조하고 억압적인 교육이 작용한 것이 세월호 사건이다. ‘가만 있어라.’는 말이 그것을 대변한다. 부지불식간에 나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닌가 하고 참회했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약속했다.  ‘곧 이별이지만, 생명과 안전, 꿈과 미래를 위하는 길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라고.”

교육감은 전남지역의 교육 운영과 예산 등 광범위한 교육업무를 감독하고 집행한다.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를 듣고 싶다. 교육자로서 평소 지니고 있는 그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장 후보는 미국의 교육철학자인 존 듀이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 교육철학자 존 듀이는 ‘아이를 어제처럼 가르치는 것은 미래를 빼앗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920년대에 한 말이지만,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도 정확히 맞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오늘날 ‘교실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인성, 사회성이 길러지는 공간이 교실이다. ‘교실의 혁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학교에서 모든 아이들이 함께 가도록 해야 한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계적인 기회균등이 아니라 정의로운 기회균등이 있어야 한다.”

“교육철학과 정책은 학교와 지역의 연결”

그런 철학을 구체화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그것이 정책으로 나타난다. 그가 내놓은 정책은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선출과정에서 채택된 ‘교육권리장전’으로 이미 많은 부분이 정리된 상태다. 그는 교육감에 당선되면 이 장전을 실천하겠다고 서명했다. 그 중에서도 후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궁금했다. 장 후보는 이에 대한 답으로 교사들의 학습공동체와 학부모, 지역사회의 교육참여를 강조한다.

“교실혁명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나누는 ‘교사들의 교육학습공동체’가 필요하다. 학교가 학생들의 인지적 능력과 정의감, 사회적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교사 교육학습공동체는 이에 대한 연구를 위한 것이다. 또 교육을 학생과 교사들만의 일로 여기지 않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감당해가도록 하겠다.”

그는 특히, “초등학교 3학년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이들이 학력과 관련해 고비를 맞는다. 이때 ‘학력 이력제’ 등을 통해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도록 하겠다. 병원에서 중증 환자에게 더욱 많은 의료자원을 쏟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기회가 균등한 출발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순천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그의 순천교육에 대한 생각과 정책은 무엇인가? “순천시에 대해서는 계속 공부중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도 짚어냈다. “그 중에서 송산초와 별량초의 사례가 확산되기 바란다. 또 거대 도심의 학급분할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현장전문가로 튼튼한 네트워크 가졌다.”

전라남도교육감은 전라남도 지역의 모든 교육을 책임진다. 교육기관과 도서관 등의 기관과 그 소속 공무원도 관리하는 자리다.

학교도 관료사회인데, 교육현장에서 평교사로 정년을 맞았다. 그에 대한 자부심과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평교사로 정년 퇴임하는 것은 선택이었다. 교사가 될 때부터 승진하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교직원노동조합 등 사회단체활동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현장전문가이면서 지역과 시민·사회단체에 튼튼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전남지역에서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학교가 41%에 달하는 현실이다. 이 상태에서 교육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강력히 필요로 한다. 마을단위 ‘협치위원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그렇게 해서 20~50억 원대인 교육발전기금을 제대로 사용하겠다. 나의 경험과 경력은 이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감의 권위를 내려놓고 ‘지역사회의 섬’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오늘날의 학교를 지역과 연결하겠다.”

“쉬운 선거는 없다.”

민주·진보교육감추대위 경선은 낙승했다.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나?

“쉬운 선거는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다른 후보들도 자신들을 지지하는 추대위원들을 많이 모아서 결과가 나올 때 까지 많이 긴장했었다. 그중 한 분은 현재 상임 선대본부장을, 또 한 분은 공동 선대 본부장을 맡아주고 계신다.

‘민주·진보교육감후보’라는 타이틀을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 단일후보로서의 책임감이 크다. 지난 촛불혁명과정에서 나타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교육현장에서도 실현 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장 전 위원장은 전남지역 일대를 분주히 돌아다니며 예비후보로서 얼굴을 알리고 있다. ‘동가식서가숙’하는 형편이다. 이날도 고흥에서 순천으로 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주로 향했다. 수행하는 참모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날 밤은 딸이 있는 광주에서 자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전 위원장은 1남 1녀를 두었으며 90이 된 노모가 생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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