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박영집의 음/악/이/야/기

보름달이 시리다. 달 보면 떠오르는 이들. 잘게 부서진 달빛은 그리움의 분자들인가. 그 빛에 감질나 환장한 이 어디 한둘일까. 루살카가 그랬고, 정읍사가 그랬을 터. 떠오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을까. 가장 가여운 그리움 지척이라는 그리움.

오페라 ‘루살카’중에서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드보르자크는 프라하의 남쪽 작은 마을인 비쇼카에 있는 별장에서 휴양과 작곡을 했다. 별장 가까운 곳에는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어느 날 물의 요정인 ‘루살카’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곡을 쓰게 된다. 왕자와 사랑에 빠진 루살카(인어)가 비극을 맞는다는 설정이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와 흡사하다.
 

 

1막
숲속에 달빛이 비치고 숲속 호숫가에서 요정들이 춤추고 있다. 루살카는 아버지 놈(Gnome)에게 인간인 왕자와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한다. 딸의 사랑을 위해 아버지 Gnome은 마녀를 찾아가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루살카는 사랑하는 왕자에게 전해지기를 염원하며 루살카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를 간절하게 부른다. 마녀가 일러주는 방법은 가혹하게도 목소리를 잃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왕자가 배신하면 두사람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날이 밝고 숲에 나타난 왕자는 말을 못 하는 루살카지만 아름다운 그녀를 데리고 입궁한다.

2막
결혼식 준비로 소란스럽지만, 말을 못 하는 루살카와 결혼하려는 왕자를 성안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왕자는 축하사절로 온 공주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이러한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기회를 엿보던 이웃 공주는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고 왕자를 차지한다.

루살카의 아버지 Gnome이 왕자에게 나타나서 사랑의 배신은 저주가 따를 것이라는 엄포를 놓고 루살카와 함께 사라진다. 우유부단한 왕자는 루살카에 대한 그리움과 저주 사이에서 갈등하고 이에 외국의 공주는 왕자를 비웃으며 떠나버린다.

3막
얼마 후 루살카를 찾기 위해 숲속 호수로 찾아온 왕자에게 루살카는 자기에게 키스를 하면 죽게 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운명을 각오한 왕자는 그녀에게 키스해 줄 것을 간청하고 결국 왕자는 루살카의 품에 안겨서 평온한 죽음을 맞는다. 루살카 또한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왕자와 함께 호수의 심연으로 사라진다.
 

추천 음악과 短想;
체코 출신의 미국 소프라노인 르네 플레밍(Renee Fleming)이 부른 절대적 아리아를 들어보길 바란다. 플레밍의 노래는 마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바치기 전 영원한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이에서 감정의 오르내림과 갈급함이 절절하다. 그녀는 흉성을 이용한 저음에서의 어둡고 깊은 내면의 표현과 고음으로 상행함에도 불구하고 좁아지지 않는 터질 듯한 음색에 필자는 탄식과 전율을 느꼈다.

왕자(인간)는 실천이 없는 이른바, 지식인들의 교조적인 모습과 책임 전가의 전형처럼 답답하다. 또한 장애(목소리)와 반인반어라는 조건과 세상의 평판(성안에서 수군거림)이라는 벽에 부딪혀서 좌절하고 마는 나약한 우리들의 모습처럼 안타깝다. 窮變通久라 했던가. 사랑에 빠지긴 쉬우나 봉착하면 변해야 마땅하거늘 노력 없는 사랑이 얼마나 허무맹랑한가.

[Youtube 링크]
☞ https://youtu.be/EBM1VOA3zTk
☞ https://youtu.be/JHM3zMBQxTQ
☞ https://youtu.be/g0yt_RThjzE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깊고 높은 곳에서 비치는
달님이시여,
당신의 빛은 온 세상 비추네요.
당신은 이 넓은 세상 비추면서
사람들의 삶을 내려다보죠.
당신은 이 넓은 세상 비추면서
사람들의 삶을 내려다보죠.

달님이시여, 잠시만 멈추시어
사랑하는 내 님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소서.
은빛 달님이시여,
부디 그에게 말해주소서.
내 두 팔이 그를 감싸고 있다고
그저 잠시라도
그가 내 꿈을 꿔 달라고
그가 있는 곳마다 그를 비추소서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주소서
혹시 그의 영혼이 나를 꿈꾼다면
깨어있는 순간에도
나를 생각하게 하소서
오 달님이여 사라지지 마소서
사라지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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