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마사지숍에서 만난 사람들

얼굴 마사지나 피부 마사지는 젊은 여성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50대 이상 된 중년이나 노년의 여성들 중에도 이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부가 함께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앙동에 있는 한 피부관리실에서 신풍속도의 단면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서면에서 주로 밭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씨(50세), 김모씨(51세) 이모씨(55세)는 피부 관리를 받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 인근으로 온다. 그들이 서로 시간을 맞춰서 피부 관리를 받으러 오려면 스케줄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버스를 마을 앞 승강장에서 기다렸다 타고 순천으로 나오는 데 1시간은 걸린다. 관리를 받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가려면 또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피부 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이동 시간 2시간과 관리 받는 시간 1시간 30분 정도를 합치면 거의 3시간 30분 정도를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피부 관리를 받고 나면 “잡티가 조금은 옅어지고, 주름살이 펴지는 것 같고, 탱탱해지는 얼굴을 거울로 보면서 만족”해 한다.

‘샵’은 일석이조 나눔장터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그들은 서면에서는 젊은 층이다. 주로 장날과 농사일이 한가할 때 얼굴 관리를 받으러 온다. 밭에서 재배한 들깨, 팥, 콩을 이 공간에서 판매한다. 이 관리실 원장이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판매를 주선해주기도 한다. 가끔은 동네에서 만든 메주도 대량으로 주문을 받아서 택배로 판매해 고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원장은 서면에서 오시는 고객들이 가지고 오는 농산물은 “시중보다 저렴하고 믿을 수 있어서 고객들이 선호한다.”고 했다.

양모씨(55세)는 10년 넘게 피부 관리를 받고 있다. 처음 관리를 받게 된 것은 사무실 근처에 있는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눈에 띄는 간판을 보고 나서다. 그는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잔주름도 늘고 날씨 변화에 따라 푸석해 지는 얼굴로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주말을 이용해서 피부 관리를 받았다.

몇 번 관리를 받다가 친정 엄마도 생각났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막내여동생도 생각났다. 그래서 가끔은 월등에서 농사일 밖에 모르는 친정엄마를 모시고 관리를 받았다. 양 씨의 엄마는 ‘얼굴 관리를 받는 것에 대하여 부끄러워하셨다. 옷을 벗고 관리를 받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민망해 하셨지만 관리를 받고 나면 거울 속의 얼굴을 꼼꼼히 챙겨봤다. 잔주름이 줄어든 것 같다.’며 ‘얼굴이 분가루 발라놓은 것처럼 이쁘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양 씨는 막내여동생도 챙겨서 얼굴 관리를 함께 받았다. 관리를 받고 난 후에는 근처 카페에서 “그동안 못 나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잠시나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피부 관리실을 좋아하고 신뢰하게 된 것은 “상담을 잘 해주는 원장님 덕분”이다. 그 덕에 한 동안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던 직장도 그대로 다니고 있다. “그래서 이런 호사도 누릴 수 있다.”며 그는 즐거워 했다.

▲ 피부 관리를 받고 있는 고객이 얼굴에 석고 팩을 붙이고 한 숨 자고 있다.


부부가 전신관리도 함께

양씨의 이런 일상은 10여 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왔다. “여기에 오면 일단 마음이 편안하다. 오랜 시간 가사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힘들었을 때 김 원장님(관리실 대표)과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시간들이 쌓였다. 그래서 그에게 피부 관리실은 단순히 얼굴 관리만을 받는 곳은 아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를 힘들게 한 시댁 식구나 직장 상사들의 흉을 봤다. 그러면 원장님은 무조건 나의 입장에서 상담을 해주셨다.”

그는 남편 모르게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피부 관리에 투자한다.  단순히 피부 관리를 받고 있다기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목욕탕에 가듯이, 가끔 미용실에 가듯이 언제나 이용하는 일상으로 다니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못가고 2주에 한 번이나 10일에 한 번씩 피부 관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직장을 다니지만 자녀에게 들어가는 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위해 일정 부분 저축을 한다.”는 그는 “남편에게 이제 와서 꾸준히 피부 관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가 꺼려진다.”고도 했다.

하지만, 50대 동갑내기 부부인 김모씨(51세)와 박모씨(51세)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함께 전신관리를 받으러 온다. 남편 김 씨는 한 달에 한 번만 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내인 박 씨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 매주 남편을 챙겨서 관리실에 온다.’며 둘이 함께 나들이 하는 이 시간을 행복해 한다. “침대 한 칸 씩에 나란히 누워서 얼굴 리프팅을 받고, 석고 팩도 붙이고, 코도 골면서, 일주일의 피곤을 함께 풀고 간다.”며 이 부부를 관리할 때는 김 원장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장남희 씨(57세)는 대기업 보험사에서 근무한다. 그는 37세 때부터 이 피부 관리실을 이용하고 있다. 피부 관리를 받고 고객을 만나면 고객들이 “피부가 탱탱하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얼굴이 처지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영업을 하다 보니 가끔 관리실과 시간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다른 관리실을 이용해 본다. 다른 관리실을 이용해 본 후 이곳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20여 년을 다니고 있는 이곳은 원장이 직접 손으로 관리를 한다. 그러나 요즘 “새롭게 생긴 피부 관리실은 주로 기계로 얼굴을 관리한다.”며 “기계가 아닌 손으로 얼굴과 목, 어깨의 결린 부분까지도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관리해줘서 피곤이 풀리고 개운함을 느낀다.”고 했다. 장 씨는 현재 20년째 관리를 받고 있지만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70대 80대를 넘더라도 평생관리를 받고 싶다.”고 했다.

최고령 고객의 비밀 장소

이모씨(76세)는 이 가게 고객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그는 “원장 손끝이 시원해서 어깨랑 다리를 주물러 주면 시원해서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70대들도 요즘은 외모에 관심이 많다. 쳐진 눈 밑 살도 잘라내고, 속눈썹이 눈을 찌르기 때문에 쌍꺼풀 수술도 한다.” 피부 관리를 받으면 생활도 즐거워진다. “관리를 받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생긴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계속 관리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들과 며느리가 피부 관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알리고 싶지는 않다. 관리를 받는 것은 좋지만 굳이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다. 나 혼자만의 비밀의 장소로 다니고 싶다.

피부 관리를 받는 고객들은 얼굴 관리 외에도 등·다리·복부·전신 관리 등 몸매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관리실을 운영하는 김 씨(53세)는 고객들이 “목 디스크와 등이 ‘거북등’으로 변형되어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고 했다. 이런 고객이 관리를 받을 때는 얼굴 관리와 등 관리를 주로 받는다. 피부 관리를 받는 이들은 “노화를 예방하고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임모씨(56세)는 일주일에 한 번씩 관리를 받는다. 관리를 받는 시간은 월요일 10시 30분이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생길 때는 미리 연락을 하고 화요일 8시 30분에 가기도 한다. 얼굴 관리와 등 관리를 매 번 받지만 그는 “등 관리를 받고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고 했다.

피부 관리는 삶의 활력소

임 씨는 20여 년 가까이 피부 관리를 받고 있다. 이것이 그에게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고 삶의 활력소이다. 자영업을 하는 임 씨의 남편 이모씨(56세)는 아내가 피부 관리를 받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

남편인 이 씨가 갑자기 모임에 가자고 임 씨에게 연락한다. 그래도 아내 임 씨는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가야된다.”고 남편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부부 동반 모임에 가도 임 씨의 탱탱한 피부는 화제 거리다. “피부 관리를 받으니 저렇게 안 늙고 피부가 쫀득쫀득 하다.”면서 임 씨의 얼굴을 ‘꼬집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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