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순천만습지가 지난해 11월 21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폐쇄되었다. 그로 인해 순천만 인근의 상가는 직격탄을 맞았고, 1월 12일 방역강화를 전제로 부분개방 되었다. 순천만 인근 상인들을 만나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올해는 일찍 터져 최악이다”
AI로 순천만습지가 폐쇄되면 순천만 인근의 상인들은 손님의 발길이 뚝 떨어지는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순천만 상가번영회 관계자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수입으로 표현하면 AI가 없을 때 대비해 20% 수준이다. 순천만 폐쇄 뉴스가 나오면 기존예약도 취소된다.”며 장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관광지의 특성상 식사 후 관광이 주목적인데 폐쇄가 되면 폐쇄가 됐는지 모르고 찾아오는 사람은 있어도 알면 예약이 취소된다고 했다. 폐쇄와 동시에 바닥 경기를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A씨는 부분개방 이후에 홍보 부족을 지적하며 “언론은 우리의 어려운 모습은 찍어 가지만, 그 상황에도 계속 장사 하고 있다는 것은 알리지 않는다. 부분 개방된 사실도 시에서는 SNS로 홍보해준다고 하는데 잘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SNS 계정에서 부분개방 소식을 찾기 어려웠다.

같은 순천만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 사이에도 업종에 따라서 어려운 정도의 차이가 있어 보였다. 순천만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B씨는 “원래는 평일엔 반절 정도, 주말에는 가득 찼는데, 지금은 평일엔 거의 놀고 주말에라도 찼으면 하는 마음이다. 평소 대비 40%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다른 해는 그래도 AI가 연말쯤 터져서 어느 정도 호황을 누리고 폐쇄가 됐는데 올해는 일찍 터져 최악이다.”고 했다. B씨가 운영하는 펜션은 주변에서 B씨 펜션의 가격을 보고 가격을 조정할 만큼 잘되는 편에 속한다고 했다. 다른 업소의 상황은 이보다 심각하다는 말일 것이다.
 

▲ 순천만습지 개발 이전부터 장사를 해오던 무진 식당이 AI로 순천만이 폐쇄되었던 지난 12월 문을 닫았다.



고성 오간 간담회
환경부 AI 관련 긴급행동지침에 의하면 최초 바이러스 발견 후 21일 동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도지사나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출입통제구역을 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상가번영회는 2016년부터 바이러스 최초 발견 후 검출 없이 3주 후면 출입통제구역을 조정하여 주기를 건의해 왔다. 

A씨는 “매뉴얼이 만들어진다면 상인들도 출입통제구역 조정 시기를 알 수 있고 그에 맞추어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매뉴얼 확립을 통해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를 원했다. 

상인들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고 1월 초 간담회에 마침 근처에 들린 조 시장이 예고 없이 참석했다. 

순천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조 시장이 카메라 두 대를 대동하고 간담회 자리에 들어오기에 힘든 우리 사정을 뒤로 한 채 ‘어려운 상인들과 간담회’ 뉴스만 나올 것 같아 카메라를 못 들어 오게 했다. 그 자리에서 조 시장이 국장들을 ‘애들’이라고 칭하고 나와 고성이 오갔다.”고 말했다. 

C씨는 “우리는 비상사태이니 대안 제시나 위로, 진행 상황이라도 듣기 원했는데 화만 냈다.”며 “시민의 응석, 반가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은 그런 것 안 받는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날의 간담회가 효과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간담회 다음 주에 순천만습지는 부분 개방되었다.

순천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말하는 매뉴얼에 대해서 “우리들도 상인들과 같은 마음이지만, 중앙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매뉴얼을 만든다고 해서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 철새 월동지인 순천만 인근 농경지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이곳은 해마다 겨울이면 철새 보호를 위해 출입이 통제된다.

“상인들과 같은 마음이지만”
부분개방에 대해서는 “타 지역의 AI 상황이 더 심각하므로 중앙정부와 전라남도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문을 열었다. 하루 서너 차례 탐방로를 소독하고 예찰 및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도에서 주마다 한두 차례 예찰을 나온다.”고 말했다. 홍보문제에 대해 시 관계자는 “어렵게 열었지만 혹시라도 AI가 또 터질까봐, 티 나게 홍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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