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지역 청년독립운동

‘어떻게 해야 지역에서 잘 살아갈까?’에 응답 중

인생의 젊은 날, 만물이 푸른 봄철을 뜻하는 ‘청춘’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청년’과 어울리지 않게 된지 꽤 되었다.

통계청의 조사에서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은 30만 명에 이른다. 그나마 신규채용이 되더라도 64%가 비정규직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내용도 있다. 일자리가 불안정하니 빚은 계속 늘어나고, 주거빈곤율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청년층의 우울증 환자 증가율이 4.7%(보건복지부제공)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청년문제는 지역 불균형과 맞물려 악화된다. 정부의 청년정책은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순천시의 청년 주거문제에 대한 정책이 서울의 공공기숙사 ‘순천학숙’을 마련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마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피하기에서 도전으로
그러나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삶터로 꿋꿋이 만들어나가는 다양한 지역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해야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해야 지역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전주의 청년몰은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슬로건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꽤 유명하고, 가까이 완주에는 완주 숙녀회가 있다(줄여서 완숙회). 완숙회는 전북 완주의 2~30대 여성들로 구성된 느슨한 조직으로, 지역에서 재미나게 살아가기 위해 적정기술, 생활기술에 대한 배움과 팟캐스트를 운영한다. 남원시 산내면의 ‘작은 자유’는 문화가 있는 건강한 밥집을 운영했다가 구성원들의 또 다른 분야의 성장을 위해 잠시 접고 문화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 자유’는 지역의 어른들과 함께 1년에 한명 선정하여 월 50만 원씩 아무런 대가 없이 지원하는 ‘청년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기도 하다.

충남 금산의 청(소)년 네트워크 카페 들락날락도 이런 지역 청년단체 중 하나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살아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주거’, ‘배움-일자리’, ‘네트워킹’으로 보고 2015년 구성되었다. 들락날락은 지역에서 청년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실험들을 한다. 지역의 문화예술 강사가 되어보기도 하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자신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워크숍도 진행했다.

2016년에는 ‘배움’에 초점을 맞춰 청년자립학교 ‘아랑곳’을 만들었다. ‘아랑곳’은 문화예술분과, 소셜커뮤니티분과, 창업분과 세 개의 분과로 운영된다. 문화예술분과에서는 인문학, 철학, 페미니즘 같은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교육프로그램을, 소셜커뮤니티분과에서는 시골집고쳐살기, 숲에서 살기 등 자립기술을, 창업분과에서는 카페, 제과·제빵 등 창업을 위한 실제적인 1:1 코칭을 받을 수 있다. 
 

▲ 청년자립학교 ‘아랑곳’의 시골집 고쳐 살기

이러한 교육과정은 고정적이지 않고 매년 새로 참여하는 청년들의 기획에 의해 바뀐다. 청년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스스로 ‘살자리’를 만들어야 지역사회에 휘둘리지 않고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주거’에 초점을 맞춰 금산군 최초 청년쉐어하우스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 간 연결 움직임도 확산 중
이와 같은 지역의 움직임들은 점점 확산·연결되고 있다. ‘청년유니온’ 같은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만든 노동조합은 서울, 광주, 대전, 부산, 경남 등 여러 지역에 지부가 있다. 또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 대구 청년위원회, 충남청년정책위원회 등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민관협의체도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순천의 청년정책협의체(청년통)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삶터를 일구는 지역 청년들의 움직임이 지치지 않고 더 확산되려면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도와는 주되 개입은 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물과 햇빛으로 지역에서 꽃피우는 청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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