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8,9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

너희들이 할아버지한테 질문이 있어서 왔는데, 내가 딴짓을 하면서 쳐다보지도 않고 너희들을 대하면, 기분이 어떻겠어? 내가 무시한 거고, 너희는 무시당한 거야. 그런데 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너희들의 눈을 보면서 집중을 하면 너희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거야.

또 하나, 내가 너희들 만나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더 중요해. 그러면, 일단 너한테 “미안한데 좀 기다릴래?” 이렇게 얘기하는 거지. 거절당했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아. 왜? 내가 널 존중해 줬거든. 이게 집중이야. 거절할 수 있어. 하지만 상대방을 존중해 주면서 거절할 수 있는 거지.

딴짓하면서 그 사람 만나지마. 너희들 무시당하면 기분 나쁘지? 네가 누굴 무시하면 너도 무시당하는 거야. 네가 친구들한테 하는 것은 바로 너한테 하는 거야. 네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바로 너를 사랑하는 거야. 아무리 바쁜 사람도 한 번에 한 걸음씩 밖에 못 걸어. 아무리 일을 많이 하는 사람도 한 번에 한 가지씩밖에 못해.

성경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어. 예수님이 마리아와 마르다가 사는 집에 가셨어. 마르다는 언니고, 마리아는 동생이야. 예수님이 안방에 앉아서 이야기하시는데,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있어. 그런데 마르다는 부엌에서 음식도 만들고, 손님을 대접하는 이런저런 일을 바쁘게 하고 있어. 마르다는, 혼자 이렇게 바쁜데 마리아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 거야. 쟤는 예수님하고만 이야기하고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그래서 예수님한테 가서 부탁 했어. “예수님, 바빠서 그러는데 마리아를 내보내셔서 저를 돕게 해 주세요.” 그때 예수님이, “마르다야, 너는 여러 가지 일로 바쁘게 움직이지만, 사람에게 필요한 일은 한 가지밖에 없구나. 한 가지만 하면 돼. 마리아는 지금 그거 하고 있다. 그 한 가지 일을 빼앗지 마라.” 그런 이야기가 성경에 기록되어있어.

많은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오해를 해. 예수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마르다처럼 부엌일 하는 것은 그보다 못한 일이라고 잘못 이해한단 말이야.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야.

일의 종류가 이건 중요하고, 저건 중요하지 않고, 그런 건 없어. 어떤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일의 종류가 사람을 고상하고, 비천하게 만드는 게 아니야. 예수님이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까?

마리아는 그 일에 집중하고 있어. 딴생각이 없어. 만약에 마리아가 예수님이 말씀하시는데 집중하지 못했으면, “이렇게 좋은 말씀을 언니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예수님, 언니도 오라 그럴까요?” 이렇게 얘기했으면 아마 예수님은 마리아에게 뭐라고 했을 거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일, 마리아는 예수님 말씀을 듣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안 했어. 그런데 마르다는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했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혼자 할 일이 아니라 마리아가 와서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건 뭐냐 하면 나와 마리아를 비교하는 거야. ‘왜 나만 이런 일을 하지? 쟤만 저기서 듣고 있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면 그런 생각이 들어오지 않아.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무슨 평가를 할까? 나중에 어떤 결과가 올까? 이런 거 염두에 두지 않아.

억지로 하지 말고, 이따 있을 일을 걱정하면서 하지 말고,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에 그것이 무엇이든 집중해 보는 거야. 누구랑 이야기하면 그 사람한테 집중하기, 누구랑 악수하면 그 사람 쳐다보기, 그거 하나 가지고 너희들이 세상에 가면 살아가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쉽고 건강하게 될 거다.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못 했어.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계속 마음을 괴롭혀. 오지 않은 내일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오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일을 제대로 못 한단 말이야. 그게 예수님이 마르다한테 이야기한 거야. 필요한 것은 딱 한 가지야.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마리아는 하고 있고, 마르다는 못하고 있는 거야. 이게 마리아를 편든 것처럼 말씀하신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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