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甲, 乙이라는 한자를 처음으로 접한 것이 사회 초년병으로 객지로 나가 방을 얻었을 때 였을것이다. 건물주로서의 역할을 규정한 것이 甲이며, 임차인의 역할을 규정한 것이 乙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甲이라는 단어에 ‘질’이라는 나쁜 의미를 가진 것이 붙어 일명 ‘갑질’이 되었고, 모든 부당함의 대명사가 된 듯하다. 사회 곳곳에서 불만스럽게 나오는 것 또한 갑질로 대변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한내의 것만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며, 의당 누려야할 권리이다. 이것이 침해 당했을 때는 당당히 요구 하는 것이 맞다. 이 권리에 비례해서 따라오는 것이 규범이나 법규 등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다. 권리와 책임은 상반되는 것 같으면서도 같이 공존하여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신의 책임은 소홀하면서도 권리만을 챙기는 것이 곧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골목길 주차로 화재를 초기에 진압 못하고 피해가 확대되었다는 뉴스를 가끔 접할 것이다. 제천 화재 참사로 인해 골목길이나 회전구간의 주정차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목격할 수 있다. 화재는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재난이다. 예측 가능한 화재는 불장난을 하거나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안전대책 없는 용접작업 등 안전관리에 소홀했을 경우이며, 대부분의 화재는 당사자가 인지하기도 전에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설비된 소방시설에 문제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관리자가 알아서 하겠지. 둘째, 나말고 누군가 하겠지. 셋째, 설마 우리집에 문제가 있겠어? 넷째, 관리실에 요청한다. 다섯째, 관할 소방관서에 항의한다 등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때 독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한, 감지기, 유도등, 비상벨, 옥내소화전 등 소방시설에 문제가 있어 화재가 발생하였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웃 주민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등 2차사고로 이어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소방시설의 사용자가 누구인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감지기, 비상벨과 같은 경보설비는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화재가 발생하였을 시 먼저 알려주어 대피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소방시설이다.(소방시설에 관해서는 전호 참고)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소방공무원이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화재로 인한 농연은 흡입시 호흡마비로 인하여 목숨을 잃게 할 확률이 높다. 호흡을 못해 숨지는 시간은 불과 3~5분으로 이 시간은 소방공무원이 도착하기 전에 시민의 목숨이 달려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3~5분의 귀중한 시간을 확보해주는 소방설비의 사용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소방설비가 설치된 곳에 거주하는 시민이다. 관리는 누가 해야할까? 거주하는 주민 모두가 해야하지만 실제 그럴 수 없어서 소방안전관리자가 담당하며, 보통은 관리사무소에 같이 근무한다. 작동여부는 누가 점검할 것인가? 전기전자 부품으로 만들어진 소방설비는 일반인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전문점검업체가 담당하며, 비용은 사용하는 주민 또는 관리사무소에서 지출한다.

순천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모든 소방설비는 산술적인 계산으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데 한정된 인원으로 다 점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생명이 달려있는 설비를 소방공무원에게 맡기고 문제가 생기면 소방공무원 탓을 할 것인가? 이미 소방설비는 전문점검업체에서 점검을 하도록 되어있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갑질’이 아닌가 싶다.

나와 내 이웃의 안전을 위해서 최소한 법률로서 규정하고 있는 소방설비만큼은 스스로 확인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관리사무소(소방안전관리자)에 점검을 요청하여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방심하는 것은 재차 언급하지만 나와 이웃의 목숨을 타인에게 맞겨놓고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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