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피스 컬처 빌리지’체험

필자는 지난 11월 1일부터 약 2주 간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GEN: Global Eco village Network)의 청년 그룹인 넥스트젠 한국 지부(nextGEN Korea)가 기획한 교육/탐방 여행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테마는 구들 놓기 워크샵 + 나는 난로다 + 공동체 탐방 + 맛있게 먹자.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적정기술 및 농촌에서의 생태적 삶의 기술에 대한 관심이 그를 이 여행으로 이끌었다.  그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지면에 풀어놓아 보려 한다. <편집자 주>


히로시마 ‘나는 난로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동안 근처의 신생 생태 공동체인 ‘피스 컬처 빌리지 peace culture village’에 묵었다. 히로시마 지역의 저명한 평화 활동가 ‘스티브’씨가 설립한 커뮤니티로, 신기하게도 생태마을들의 국제 네트워크인 GEN(global eco village network)에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 전날 막 가입한 참이라고 했다.

히로시마에 서양인이 세운 생태공동체
스티브 씨는 핵폭탄이 떨어진 곳 히로시마에 근거지를 두고 오랜 기간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반핵-생명-평화의 정신을 알리며 활동해 왔다. 파괴와 죽임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땅에서 생명과 평화의 물길을 열어간 그의 평생의 노고가 묵직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노년의 그가 생명평화 운동과 공동체 운동의 연계 가능성을 타진하며 산 속에 농지와 건물을 장만하였다. 최근에 이 공동체를 시작했고 젊은이들의 정착을 장려하며 운영 자금을 모금하러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늦가을 울창한 산림의 정취가 가득한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터에 수천 평 논밭에서 자연농과 유기 재배 방식으로 쌀을 비롯한 각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20여 마리 닭들과 2마리 고양이도 이 마을의 살가운 식구였다.

우리가 묵었을 때도 스티브 씨는 또 모금차 해외에 나가 있어 만나 볼 수 없었고, 대신 젊은 운영자 셋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료’와 ‘베에’는 결혼한 지 1년 정도 된 20대 커플인데, 사이타마(도쿄 근처의 위성 도시)에서의 메마르고 불안한 삶에 염증을 느끼고 시골에서 새로운 삶을 꾸릴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공동체의 농사와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고, 축제나 울력 등 주변 산촌 지역 활동에도 자주 참가한다고 했다. 지금은 B&B(여행자 숙소)를 열 준비로 분주하다고 했다.

‘메리’는 보스턴에서 온 미국인인데, 일본어 전공자로서 일본 문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고 깜짝 놀랄 만큼 능숙한 일본어를 구사했다. 보스턴에 살 때도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탄소 저감 시위 등 환경운동에 활발히 참여했던 그녀. 삶의 생태적 전환에 대한 염원과 일본에 대한 깊은 애정이 그를 이 먼 곳까지 이끌었다고 한다.

메리는 가까운 도시의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피스컬처 빌리지의 살림과 국제 연락을 돌보고 있었다. ‘꿈이 무엇이냐’는 어느 일행의 질문에 ‘새로 태어난 이 마을을 번창하는 생태 공동체로 키우고 싶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는 미소가 참 아름다웠다. 다소 수줍고 조용한 ‘료-베에’ 커플과 활력이 넘치고 수다스러운 ‘메리’의 조합이 적절해 보였다.

국내에서도 계획 공동체 시도
다종다양한 계획 공동체 실험은 19세기 이래 오랜 역사 동안 많은 한계(주로 고립과 정체에 따른)를 드러내기도 했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건전하게 살아남은 공동체들은 자본주의 물질 문명의 파괴와 파편화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는 흐름의 한 축으로서 확고히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고립과 정체를 극복하고 서로 교류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 물밑의 흐름을 작년 여름 충북 보은 기대리 선애빌에서 열렸던 전국 생태 마을 공동체 네트워크 회의&잔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고, GEN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해외의 신생 공동체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아직은 꽁꽁 얼어붙은 강 바닥에서 겨우겨우 졸졸거리며 흐르는 작은 물줄기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새싹들이 장차 대안 문명을 일궈내는 숲으로 자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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