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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섯 살 은비엄마
양현정 조합원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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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 승인 2018.02.09  11: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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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광장신문은 협동조합이 만든 신문이다. 조합원들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담을 때 협동조합 언론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곧 순천지역의 다양한 사람들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공동체를 따뜻하게 할 것으로 보고‘IN 순천, 순천인’을 기획한다.


현주 씨에게는 은비와 은애 두 딸이 있다.

첫째 은비는 자폐성 장애 1급이다. 은비는 건강하고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었는데 어느 날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은비 어머니! 은비가 소꿉놀이를 하지 않고 항상 혼자만 놀아요. 검사를 해보세요.” 현주 씨에게 은비는 그저 순하고 얌전한 아이였을 뿐 인정할 수 없었다.

대부분 장애아의 부모들은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어, 왜 하필 나야?’라고 부정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래 어디 한번 이겨보자’라고 현실을 수용한다.
 

   

▲ 이현주 씨-은비엄마
    장애인의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현주씨도 처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은비를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반 초등학교로 보냈다. 여러 치료과정을 진행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지만, 차츰 체념하게 되었고, 모든 것을 인정할 때 즈음 특수학교를 보내게 되었다.

은비는 엄마를 닮아 키가 크고 운동신경이 좋다. 타인들과 상호작용은 힘들지만 혼자 운동할 때는 집중을 잘하고 즐거워한다. 물을 좋아해서 수영을 시켰더니 재능을 보였다.

처음에는 장애학생 체전에서 수상한 후 줄곧 훈련을 하며 전국 체전 등 많은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가져왔다. 은비는 수영을 할 때 옆을 보지 않는다. 코치 선생님이 시키는 방법 곧이 곧대로만 한다. 요령을 피우지 않는 것은 장애아들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몇 바퀴든 지칠 줄 모르고 물살을 헤치는 것을 보면 그 세상 혼자만의 세상에서 영원히 나오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은비야! 그곳이 좋으니? 그래! 니가 좋으면, 엄마도 좋아. 그곳에서 영원히 있어도 돼. 엄마가 기다려줄게.’ 그렇게 은비는 영원히 다섯 살이다.
 

   
▲ 장애인 수영 선수로 전국 체전에서 여러 번 수상했고 지금도 계속 훈련중인 은비.엄마 현주 씨는 은비가 좋아하는 한 가지를 찾아주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둘째 은애는 언니 같은 동생이다. 상심했던 마음에 둘째 아이를 생각지도 못했으나 보석 같은 둘째 딸이 생겼다. 꼭 다섯 살 차이가 나는 동생 은애는 태어나면서부터 언니의 수호자였다. 걸음마 시절부터 밥 먹는 것, 입고 씻는 것까지 모든 일상을 언니에게 내어주었다.

언젠가 하루는 두 딸을 양손에 잡고 무심히 걷고 있었는데, 은애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엄마! 언니는 길 안쪽으로 가야지요. 내가 바깥쪽으로 갈게요.” 하며 찻길 쪽으로 와서 손을 잡았다. 다섯 살도 안 되었던 아이인데 언니는 차를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나 보다.

그때에는 직장생활을 하던 때라 두 아이를 돌보기가 힘들었는데 은애가 언니를 거의 다 돌봐준 것 같다. 언니의 통학버스 하교 시간이면 기다렸다가 같이 집에 와주었고 놀아주었다. 하차하는 곳에서 집까지는 꽤 먼 거리였는데 여름이면 많이 더웠을 것이다. 중간 즈음에 작은 분식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 매일 들러서 아주머니께 인사한 후 물을 마셨다고 한다.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 한 컵을 받아 꼭 언니부터 마시게 한 후 자기도 한 모금 목을 축이고 나가더라는 얘기를 이웃에게 들었다.

은애는 은비에게 동생이자 친구이자 엄마였다. 그런 은애가 올해 대학생이 되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고 싶었다. 은애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지 못했구나. 너도 그 세상에 갇히게 되었니? 언니는 그곳에 머무르지만 너는 다른 곳을 보면 좋았을 것을..
3월이면 은애는 이제 엄마 품을 떠난다. 훨훨 날아보아라.
 

   
▲ 왼쪽-은비, 오른쪽-동생 은애
장애인의 형제 자매는 그럴 운명을 감당할 수 있는 아이를 보내주신다고 한다. 은애는 은비를 위해 태어났는가 보다. 한번은 은애가“엄마 나 좀 봐! 나도 봐줘. 나도 장애가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엄마가 나를 언니보다 더 많이 봐 줄거지?”은애의 사랑이 가슴 저리게 아프고 대견하지만 때로는 다른 세상을 보고 꿈꾸게 해주고 싶은 것이 엄마의 소망이다.


현주 씨는 부산에서 살다가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순천으로 오게 되었다. 불교를 믿던 친정에서 교회에 다니는 시댁 식구들을 만나 조금 걱정을 했었지만 시댁 어른들은 지금까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기둥이었다.

결혼 전에 유치원 교사로 일을 했었고 본인은 지극히 여성적이고 상냥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순천에 와서도 유치원교사로 오래 일했었는데 은비로 인해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은비를 키우면서 장애학생들이 겪고 있는 많은 불편함을 알게 되었고 같은 입장에 처해 있는 부모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통합교육 보조금이나 장애학생 바우처를 지원받기 위해 뛰어다녔고 체전 후 장애 학생 포상금을 받기 위해 참 많은 싸움을 했었다. 어찌 보면 겨우 10만 원~30만 원의 포상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장애 학생들이 땀 흘리고 노력한 시간의 대가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하며 미소 짓던 유치원 교사 이현주의 삶은 없어졌고 은비 엄마로서만 살아왔다. 하지만 남들이 장애아의 엄마라면 지레 상상할지도 모르는 우울함은 없다. 너무 바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은 사치일 뿐이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유아부터 노인까지 장애를 가진 분들이 함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주거와 식사, 운동 그 외에 많은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들의 노후까지 보호해주고 싶다. 어쩌면 은비를 위한 일이고 은애가 그 일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현주 씨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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