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중3 남학생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성격이 이상하다, 남들과 다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 왔습니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요즘에는 특히‘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사나?’그런 생각이 들다가 나중에는‘공부는 해서 뭐하나, 살아서 뭐하나?’그런 생각마저 듭니다.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려 해도 아이들은 잘 받아주지 않을뿐더러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심각하게 살지 말라’라는 이야기만 듣습니다.

선생님, 제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저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생각하고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만 힘들게 사는 것 같아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이러면 어떨까요

고민하는 내용이 특별히 남다르거나 성격이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청소년기의 고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요즘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을 별로 찾아볼 수가 없기는 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신체도 급격히 변화하고, 감정도 자신이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들쑥날쑥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혼란스러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그러나 서서히 형성되어 왔던 ‘또 하나의 자기’를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고, 자신의 내부에 감추어져 있던 또 하나의 자신을 알게 되고 통제하고 평가하는 동안 또 하나의 자신, 즉 진정한 자기 자신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자신을 규제해나가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다시 만들어가는 움직임이므로, 많은 긴장과 불안, 동요를 초래하게 됩니다. 즉, 고민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인 자아의식이 만들어지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왜 중3인 지금에 와서야 새삼스럽게 이런 고민을 하고 또 힘들어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신체적,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서 이제부터는 혼자의 힘으로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즉 어릴 적에는 주위의 부모님이나 형제, 선생님 등이 주는 역할만을 수행하면 되었지요. 또 그 역할이 힘들 때면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고요. 때로는 그 역할을 피하고 숨어버릴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이제 여러 문제는 남들에게 의존하거나 피해버릴 수는 없는 문제들입니다. 이 문제들은 깊은 내부에서 나온 문제들이기 때문이죠. 이 문제들에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제 자신을 음미하고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남들이 보는 자기, 자신이 보는 자기를 동시에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제의 자기, 내일의 자기가 오늘의 자기와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알게 되겠지요. 이것을 자기에 대한 ‘일관성’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나’는 항상 고정되어 있고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신체적으로는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고, 골격도 변했을 뿐 아니라 생리적으로 2차 성징이 나타났을 테지요. 그리고 정서적으로는 자신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변화의 폭이 급격할 수도 있습니다.

어제의 자기, 1개월 전의 자기가 내일의 자기, 혹은 1개월 후의 자기와 같으리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생각이 들기까지는 먼저 자신의 과거가 현재에 통합되어 있고 미래를 향하여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확신이 들게 될까요? 그것은 바로 자아의식에 대해서 신뢰감을 가질 때만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내가 어제와 내일의 모습이 다를지라도 나는 나의 과거를 짊어지고, 현재의 나를 책임지고, 미래의 더 좋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은 불변할 것이라는 신념입니다.

지금은 고민 끝에 ‘왜 사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일관성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차분히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 결과가 시간이 지난 이후에 더욱 의젓하고 성숙한 자기의 모습을 지니게 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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