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8,9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天地人三才가 天地人三才를 먹는 거야 

오늘 교문을 들어서는데 저 앞에서 다슬기가 호박을 줬어. 농장에서 이만큼 땄다고 너희들 맛있게 해주라고 몇 개를 줬어. 그중의 하나야. 이게 뭐야? 안(애호박)에 뭐가 들었어? 크게 얘기해봐. 지금은 안 보여, 쪼개면 보여. 뭐가 있어? (씨요) 옳지! 승희가 역시 농장 집 딸 같다. 이 안에 씨가 있어.

이 안에 있는 씨는 아직 호박이 아니야. 아직 여물지 않았어. 그러면 이 안에 있는 씨를 빼서 땅에 심으면 호박이 나올까 안 나올까? (안 나와요) 씨를 땅에 심어서 호박이 나올 때 그걸 우리는 ‘씨’라고 해. 그렇지? 이건 열매라고 해.

열매 안에 뭐가 있느냐, 씨가 있어. 근데 이 씨는 충분히 익어야 돼. 그래야 그 씨를 땅에 심으면 호박이 나온다. 이거는 아직 덜 익었어, 먹을 수는 있지만 이 안에 있는 씨를 뽑아서 땅에 심어봤자 소용이 없어. 지난번에 우리 달걀 가지고 한번 해봤지?

달걀에 하얀 점, 그것이 엄마 닭이 21일 동안 품고 있으면 (그 더운 여름날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계속 품고 있느라 얼마나 고생이 심하겠냐, 그게 엄마의 사랑이지.)그게 다 익어서 병아리가 되는 거야. 마찬가지야. 이것도 가만히 내버려 두면 더 커지면서 노랗게 늙은 호박이 되지. 그럼 그 안에 씨가 단단하게 여무는 거야. 그래서 그 씨를 땅에다 심으면 거기서 호박이 나오는 거야.
이 안에 뭐가 있느냐 하면, 오늘 굉장히 중요한 걸 배우니까 잘 기억해둬.

天地人三才. 天·地·人은 하늘과 땅과 사람, 이것을 三才라 한다.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가장 중요한 요소 三才, 이것을  천·지·인이라고 불러. 세상이 있으려면 하늘이 있어야 돼, 땅이 있어야 되고. 땅과 하늘 사이에 누가 있어? 사람이 있어.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그사이에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 요 셋을 天地人三才천지인삼재라 한다.

이 호박 하나에 天地人三才가 들어있다. 이해가 되냐? (네) 설명해봐. 왜 이 안에 천지인삼재가 들어있어? (하늘에서 햇빛도 비도 내리고) 그렇지. 그것 없이는 이게 못 생기는 거야. 햇빛과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건 있을 수가 없어. 그걸 받아먹고 이게 자란 거야. 먹었으니까 이 안에 있지?

地는? 땅에서 양분을 빨지. 땅 기운을. 땅 없이는 못 사는 거지. 하늘과 땅이 이 안에 있는 거지. 사람 없인 못하지. 씨 뿌리고 기르고. 이 안에 三才가 다 있는 거지. 이해되니? 그러니 너희들이 밥 한 숟가락을 먹는 것은 그냥 밥만 먹는 게 아니라 뭘 먹는 거야? 하늘과 땅과 사람들을 먹는 거야. 그래서 너희들 밥 기도할 때 어떻게 하니? 한번 해봐.

“오늘도 하늘과 땅과 착한 사람들을 시켜서…” 하늘과 땅과 착한사람들, 이 셋이 없으면 우리가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 그렇지? 그래서 기도를 그렇게 하는 거야. ‘오늘도 하늘과 땅과 착한 사람들을 시켜서 우리를 먹여주시니 고맙습니다…’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것을 먹는 우리도 天地人이야. 우리도 하늘 없이는 못살지. 그렇지? 땅이 없으면 못살잖아? 그리고 사람이 없어 봐. 우리가 어떻게 살아! 그러니 내가 天地人三才란 말이야. 천지인삼재가 천지인삼재를 받아들인 거야. 그래서 쌀 한 톨도 함부로 버려선 안 되는 거야. 우리가 식사시간에 왜 그렇게 먹는지 이제 이해가 되지? 함부로 먹어선 안 돼.

이걸 불교에선 供養이라고 해. 공양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 하면, 아랫사람이 윗사람한테 바치는 걸 ‘공供’이라고 해. ‘양養’은 기른다는 말이야. 그래서 그냥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부처님께 먹을 걸 드린다는 뜻이야.

供養이란 天地人三才를 天地人三才가 모시는 거야. 그래서 이 안에 있는 작은 부처님이 그걸 먹고 커. 기른다는 얘기이야. 너희들 속에 아주 작은 부처님이 계셔. 그 부처님을 우리가 좋은 음식을 잘 먹여서, 그냥 먹이는 게 아니라 받들어 바치는 거야, 그걸 먹고 아기 부처님이 무럭무럭 자란다. 그게 공양이야. 함부로 음식을 먹지 말고 함부로 음식을 버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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