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필자의 고향은 노령산맥 줄기에 붙어있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모두가 가난했기 때문에 남에게 먹을 것을 꾸지 않고만 살아도 부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우리 집 역시 가난하여 양식이 떨어져 누룽지를 불려서 먹기도 했고,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마을은 교육열이 매우 높았다. 그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가난해도 자녀들에게 고등교육은 물론 대학까지 보내는 부모들이 많았다. 마을인구의 과반수가 교회를 다니다 보니 의식이 깨어 있었던 탓도 컸던 것 같다. 20호 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대학교수 두 명, 의사 한 명, 약사 두 명, 교사 두 명, 목사 두 명, 다수의 사업가 외에도 대기업 회사원, 검찰간부, 디자이너, 공무원, 신문기자 등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요즘 말로 치자면 사람을 키운 셈이다.

요즘 교회에서도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건물 짓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음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말들이다. 교회 역사에서 건물 짓는 일에 힘을 쏟던 시대는 암울했었다. 중세시대 교회가 곁길로 나가게 된 연유 중 하나가 대규모 성당을 짓는 일 때문이었다. 오늘의 한국교회 역시 큰 건물을 짓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눈에 보이는 건축물을 세우다 보면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이 차선이 되기 쉽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현직 대통령의 탄핵사건이 어제의 일인데, 전직 대통령도 머지않아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는 제도를 탓하고 미비 된 법을 핑계한다. 물론 제도적 시스템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이나 보좌진이 없어서가 아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중 삼중으로 철저한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어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대형화제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데 소방법이 미비 되어 그렇다고 하여 법을 보완하였다. 그런다고 화재사고가 사라지게 될까? 날마다 교통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은 교통법규가 없거나 신호등이 없어서가 아니다. 아무리 철저한 제도가 구비되어도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사람이 지킬 의지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곳곳마다 CCTV를 달고 치안을 강화해도 불법사건, 강력 사건은 끊이질 않는다. 무법자들 앞에서 수많은 법규, 감시, 처벌 조항들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 변해야 한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제도가 사회를 이끌어 가지만, 그 제도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도로확장을 치적으로 삼는다. 도로확장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지만 차량증가속도를 따르지 못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도로확장에 최대한 투자를 억제한다. 좁은 도로를 방치해 둠이 오히려 차량증가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대신 갓길 주차를 철저하게 단속하고 시민들도 협력하여 기존의 좁은 도로를 최대한 활용하여 차량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반면 우리의 경우 비싼 예산을 들여 확장된 도로에 주차를 허용함으로 차량흐름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 차가 다니는 도로마저도 바른 의식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한다.

건물을 세우는 일도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 화려한 건물이나 시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건물과 시설은 세월과 함께 낡아진다. 많은 관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건물에 돈을 쏟다보면 건전한 재정구조를 갖출 수 없다. 회사원을 소홀히 하면서 건물 짓는데 열을 올리는 회사는 부실회사가 되고, 학생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건물만 짓는 학교 역시 부실 학교로 전락하고 만다. 한 도시를 경영할 때에도 시설과 건물에 과도한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 모두가 필요하다고 공감한 것이라 하더라도 건물과 시설투자는 최소화함이 지혜로운 일이다. 이미 호화청사를 지은 지자체들은 빚더미에 끙끙대고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건전한 재정구조와 건물 활용도까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의식을 갖춘 지혜로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건물보다 사람을 키우는 일을 더 우선하라”고 말이다.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 넓고 비싼 집에서 산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집에서 사는 사람이 어떤 가치와 사고를 가지고 사느냐가 본질이다. 그 집의 가치는 살고 있는 사람이 결정한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열 번 백번 옳은 말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살기 좋은 도시로 소문이 났다. 천혜의 자연생태와 국가정원 그리고 배산임수의 도시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어 더 바랄게 없다. 하지만 이건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중한 보물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지혜롭게 활용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바른 사고와 가치를 가지고 우리 도시를 이끌 사람을 세워가야 한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비싼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 마을과 도시를 만든다. 도시의 건강한 미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변해야 좋은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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