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향동 신문사 근처 뒷골목에 ‘채굴기’를 모아놓고 돌리는 가상화폐 공장이 있다. 또 주택가 근처의 어느 컴퓨터 판매점에서는 ‘채굴기’를 제조한다. “가끔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란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그 열풍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10억 원 씩 번 사람도 있다는 둥 일확천금의 소문이 떠도는 가운데 적은 돈으로 큰 돈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 열기 식히기에 나섰다. 아예 불법화하고 거래를 금지한다거나 거래세를 부과해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방안들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상승을 거듭하던 가상화폐시세는 급전직하했다. 승리의 전설은 분노의 인증샷으로 바뀌어 SNS를 떠돌았다.

이를 두고 지지와 반대 여론이 비등하며 사회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상화폐가 대안화폐인가 그저 신기루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쟁들도 이어진다. 이처럼 가상화폐가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막대한 불노소득의 가능성이다. 짧은 시간에 노동하지 않고도 수십, 수백 배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또는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러나 도박 같은 가상화폐 논쟁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동안에도 서민들의 삶은 어제와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운영자는 일거리를 찾아 하루에도 수 백 리를 돌아다니고, 많은 청년들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가난한 장애인들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동하는 것마저 힘겨운 삶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한다.

가상화폐의 ‘투자’에 매달리는 것은 자산 거품 만들기에 다름없다. 소수가 승리하고 다수가 패자가 되는 허황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여기에 열광하는 것은 단지 그 사람들의 탐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라 하겠다.

근로소득과 영세 자영업에 기대어서는 집을 장만하기도 힘겨운 세상이다. ‘삼포세대’, ‘N포세대’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청년의 절망은 일상화되었다. 그러니 20대 30대가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것을 ‘한탕주의’라고 비난하는 말도 민망하다.

연향동 뒷골목 가상화폐공장에서 보듯 순천도 한국의 여느 지방처럼 슬픈 경제의 초상을 가지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슬픈 초상을 밝은 표정으로 바꾸어줄 사람이 나타날까?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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