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준 소설가

북핵 문제가 한반도 문제의 핵심 사안인 건 틀리지 않다. 하지만 중심의 핵, 그 자체라고 할 순 없다. 한반도 문제의 중핵은 평화통일이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 뚫릴 여지는 없다는 게 맞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다’라고 천명한 건 한반도의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서 핵문제를 결코 비켜갈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힌 대목이다. 해결은 난망하다. 북핵을 바라보는 남과 북,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각기 다른 까닭이 해결 불망의 주요인이다.

해결의 길이 원천봉쇄 되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해결의 칼자루는 원천 제공자인 북한이 쥐고 있다. 북한이 핵을 버리면 된다. 스스로 버리려고 하지 않으니, 버리도록 강제하려는 게 중국까지 포함한 모든 주변국이다. 북한이 칼집에서 칼을 빼어 버리도록 만들려는 상황을 전개하면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실체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외교 분쟁이다.

여기까지는 밝혀지고 진행된 대로 아는,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의 전개였고, 전개이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 역시 인지할 수 있는 전개를 바라는 건 한반도의 측은할 만큼의 희망 사항이다. 하지만, 엄존하는 일촉즉발, 예측 불가능의 상황을 만드는 두 축이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다. 두 사람의 독설 난무, 그 막장이 핵단추 입씨름인 건 주지하는 바다.

김정은의 신년사는 ‘평창’이라는 매개를 통해 압박의 굴레로부터 잠시 벗어나보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문제는 ‘잠시’라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 시간벌기의 의도를 안고 있는 북한 그리고 남한을 뺀 다른 국가들 역시 잠시 동안만 이뤄지고 있는 한반도의 해빙 무드임을 전제하고 있고, 이를 모르지 않는다. 남한만 잠시를 넘어 좀 더 긴 시간 동안 유지하길 원한다. 남한만의 불가해하고 불가역적인 희망이라는 점이 불행이다. 

불가해하고 불가역적인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문 대통령의 희망이 바로 ‘운전자론’으로 지칭된다. 참으로 희망의 성화가 되길 바라는 우리의 열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지금, 이 시점은 잠시이자 더 오래 지속하고자 하는 ‘잠시’의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를 부대상황적으로 수반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그나마 아주 짧게 주어진 ‘평창’이고 이 평창을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위는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단일기 사용마저 거부하라는 우리 내부뿐만 아니다. 일본의 아베는 정치적 사망 직전 상태에서 북핵에 의해 회생했고, 지금도 거기에 의존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트럼프 역시 끊임없이 일어나는 백악관에서의 자중지란을 북핵에 의존해 버텨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와이의 탄도미사일 공습 발령 해프닝은 트럼프에게 해롭지 않은 사태이다. 아베는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막고 있는 평화헌법을 개정한 뒤에 북핵 문제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다.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또한 미국우선주의를 미 국민들에게 불확실하지 않게 각인시켰다는 확인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그리하여 재선에의 고지를 점했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의 재선 도전이 가능해진다면 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를 맞게 된다. 더욱 어려운 정치적 위치에 있게 된다. 자국과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동의를 국가 간 외교는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군산복합체는 먹잇감을 향해 매우 날카로운 이빨을 마냥 들이대고 있다. 그 먹잇감의 주요 지역이 한반도이고 미국의 매파와 군산복합체는 트럼프 재선을 후원할 가능성이 높다. 미 대통령이 누가 되든 임기 후반의 문 대통령이 극복해내기 쉽지 않을 터다.

이럴진대,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에 의한 운전 방향은 어디로 향해 가야 할까? ‘잠시’ 동안인 ‘평창’의 틈새시장은 어디일까? 감히 말하건대,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 개설과 이산상봉 등 앞서, ‘웰컴 투 평창 – 민족 공조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에서 신근홍조합원이 밝힌 몇몇이 그 기저이다.

문 대통령이 재임하는 내내 운전대를 잡고 싶다면 멀리 보려만 하지 말고 또한 외부의 동향에 너무 밀착하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제연합의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틀 안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신년 기자회견의 견해에서 살짝 비틀어 유용하게 역이용하라는 것이다. ‘고위급 회담의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과 협력 덕분이었다’는 그 입장을 외교적 관점에서 더 나아가, 민족적 관점으로 용해하여 응용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평창’의 이 시기가 특사 파견의 시점이라는 상황 인식의 ‘운전’을 권하고자 한다. ‘평창’ 기간 동안 운전 방향을 적확히 가리키고 있는 나침반 지닌 특사를 파견하여, ‘잠시’를 벗어나 유효기간 연장을 명확히 취하라는 것이다. 운전대를 콰악 움켜쥐고 직진하지 않으면, 그러하지 못하면 ‘평창’ 이후, 한반도의 봄엔 꽃이 피지 않을 수 있다는 엄혹한 염려를 떨굴 수 없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