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평 3지구 입주한 장애인들의 호소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선평 3지구 주거약자용 아파트가 좋은 시설로 입주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입주해 생활한지 2개월이 지나면서 크고 작은 개선사항도 발견되고 있다. 특히 장애를 지닌 주거약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호소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순천시와 LH공사는 선평3지구 영구임대주택을 완공해 공급했다. 분양면적 24m²의 아담한 166개 보금자리들이 있는 곳이다. 2017년 9월 27일 이 아파트의 입주자들이 발표됐고, 그해 11월 17일부터 현재까지 입주가 진행 중이며 추가 입주자도 모집 중이다. 지난 174호에서 본지는 이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거약자들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입주자들은 최신식의 아파트에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곳에 입주한 입주민은 더 이상 월세 때문에 여기저기 이사 다니는 일이 사라졌다. 그리고 집 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노후화된 보일러 시설, 외풍, 방수 등에 대하여 걱정할 일도 없다. 그러나 입주가 시작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아파트에 설치된 시설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전동휠체어로 생활하기 불편해요

특히 신체에 장애를 가지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동과 관련한 호소가 많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워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실제 거주 중인 사람들에게는 일상에서 부딪혀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인 경우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보행 장애인들이 ‘전동차’라 부르는 전동휠체어와 관련한 불편을 지적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입주민 중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전동차 보관소, 충전소, 비좁은 출입문 등을 꼽았다. 전동휠체어를 위한 전동차 보관소와 충전함은 한 곳도 없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실제로,장애인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 전동차 보관소와 충전소는 한 곳도 없었다. 또한 각 층마다 전동휠체어를 세워 둘 공간도 없었다.
 

▲ 302동에는 세 곳의 자전거 보관소가 있다. 장애인 입주자들은 이 중 한 곳 정도는 전동휠체어를 위한 보관·충전소로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김종국 씨가 자전거 보관소에 전동차를 주차하고 있다.


이곳에 초기에 입주해 살고 있는 박정애 씨(57, 지체장애 4급)는 “자전거 보관소 세 곳 중 한 곳이라도 전동차 보관소와 충전소가 설치되었으면 좋겠다.”라며 보관소를 마련해 주길 건의했다. 이 아파트는 한 동에 자전거 보관소가 세 곳 있다.

실외에 충전소가 없다보니,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입주민들은 직접 자기 집에서 휠체어를 충전하고 있었다. 원룸형인 비좁은 방 안으로 휠체어를 끌고 들어와 충전을 한다.

시각장애와 하반신 장애가 있는 장금석 씨(50, 지체장애 3급)의 말을 들어보자. “충전소가 없어서 집에 있는 콘센트를 이용해야 충전할 수 있다. 그나마 현관 문 앞에 전동차를 세워두고 충전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옆집에 사는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를 막아버리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방 안에까지 전동차를 가지고 들어가 충전하고 있다.”

마재건 씨(45, 지체장애 6급)는 “외출하면서 묻었던 바퀴의 먼지를 닦지도 못하고 방 안으로 전동차를 타고 들어간다.”며 방  안에 전동차를 세워두고 충전하는 불편을 호소했다.

▲ 마재건 씨가 방 안에 전동차를 세워두고 충전하고 있다.


아파트 밖 외출은 장애물 경기

전동차를 타고 외출을 할 때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집 앞 복도로 나서면 휠체어가 지나가기에는 비좁은 통로를 지나야 한다. 장씨는 “복도가 좁아서 전동휠체어 두 대가 왕래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1층부터 3층까지는 휠체어 이용자가 많다. 그래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방 안의 턱들을 없앴지만 교행이 불편한 점까지는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엘리베이터도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좁게 느껴진다. 전동휠체어 한 대와 보행자 한 명이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 보행자는 휠체어와 엘리베이터 사이에 끼여 가는 상황이다.
 

▲ 3층에 사는 김종국 씨가 14층에 사는 장금석 씨에게 가려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14층 버튼을 누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김종국 씨(56, 지체장애 3급)는 엘리베이터 사용의 또 다른 불편에 대해서 말했다. “장금석 씨를 방문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그는 “장금석 씨가 사는 14층으로 가려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비좁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14층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런데 공간이 좁아서 버튼을 누르려면 엉덩이를 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버튼을 누르는 데도 불편함이 있다. 밖으로 외출할 때도 마찬가지다.”라고 호소했다.


폭이 좁아 출입이 불편한 통로, 현관

그렇게 아파트 로비에 내려오면 또 다른 난관이 전동휠체어 이용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현관문을 지나서 외부로 나가기 위해 이용해야 하는 통로다. 이 통로도 휠체어가 지나가기에는 비좁다. 휠체어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정도다. 장금석 씨는 “그래도 신형 휠체어는 상대적으로 폭이 좁아서 나은 편”이라며 “구형 휠체어로는 이 통로를 이용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통로는 360도로 구부러져 있기까지 하다. 그런데 회전을 할 때 만나는 모서리가 직사각형으로 설치돼 있다. 이 모서리를 돌려면 전동차가 매번 양쪽에 있는 스테인리스 난간에 부딪힌다고 한다. 김 씨는 “통로의 난간 일부를 잘라서 회전구간의 폭을 넓히거나 통로의 끝 부분 벽을 터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 360도로 구부러져 있는 모서리를 돌려면 양쪽의 스테인레스 난간에 부딪히기 일쑤다.
▲ “통로의 난간 일부를 잘라서 회전구간의 폭을 넓히면 편리하다.”고 설명중이다.
▲ 김종국 씨가“통로의 끝 부분 벽을 터주면 전동차가 편리하게 외부로 나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이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평생을 살 수도 있는 입주민은 원룸형 방에 휠체어를 세워두고 평생을 살아야 된다. 이것은 이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선평지구 아파트가 가장 최근에 지은 주거약자를 위한 아파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평 3지구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은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더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자전거 보관소 중 한 곳에 전동휠체어 충전소 설치를 검토하는 등 입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기대했다.

LH공사 관계자는 “수지관계로는 마이너스지만 복지차원, 사회공헌을 우선시하여 건축한 아파트”라고 했다. 그러나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시설물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챙겨주는 사회복지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