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침체로 모든 산업현장에서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중소기업은 더욱 어렵다. 부족한 재정여건과 험난한 영업환경을 뚫고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 기업인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중소기업인의 현주소를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박주미(태산기업 대표, 43) 씨는 별량면에서 3년째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PE 하수도관 생산전문업체로 이중벽관, 다중벽관, 각종 부속류 등을 생산한다. 이 제품은 하수도 공사용 자재다. 땅 속에 묻는 둥근 모양의 파이프 제품들이다.

남편 권유로 시작한 사업
기업 경영의 길에 나서게 된 것은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25년 동안 PE하수도관 제품 생산 현장에서 일한 기술자였다. 공장장까지 했지만, 남편은 다른 사람 아래서 일하는 것에 싫증이 났다. 자신이 만들면 훨씬 낮은 가격으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업체를 차리자며 아내인 박 씨에게 경영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박 씨는 처음 망설였지만 가정경제를 위해 기업인의 길에 들어섰다.

각오한 일이었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기득권자가 있는 업종에 창업을 시도한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주변에서 무모하다며 염려해주기도 했다. 여성기업이 건설관련 일을 하기에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박주미 씨는 5시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정원박람회장 주변을 한 바퀴 돈다. 6시에 집 안 청소를 하고 식사하면 7시 30분이다. 학기 중에는 고2, 중3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지만, 요즘은 방학기간이라 아이들이 집에 있다. 그래서 출근하는 데 여유가 있다. 8시 30분, 회사에 도착한다. 직원들과 조회를 한다. 오늘의 현장 방문 일정을 확인하고, 자재 납품 거래처에 연락을 한다. 10시부터 영업 시작이다.

순천, 여수, 광양을 지역별로 무작정 방문한다. 점심시간이 임박한 11시 4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는 거래처를 방문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거래처 사람을 만나면 식사를 대접하고 차를 마시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커피숍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면서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후 영업계획을 세운다. 5시에는 영업을 끝내고 사무실로 들어가야 한다. 직원들 퇴근 차량을 운행한다.
 

▲ 박주미 대표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이다.


24시간 종횡무진
집에도 잠시 들어 간다. 6시 30분쯤 아이들 저녁을 챙겨준다. 그 후 거래처를 만나면 저녁식사로 반주를 할 때도 있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귀가하는 일도 있다. 집에 오면 ‘엄마모드’로 돌아간다. 설거지 등 집 청소를 대충하고 나서 잠자리에 든다.

박 대표는 순천과 전남 일대에서 관급, 사급을 가리지 않고 영업을 했다. 회사소개가 담긴 팸플릿과 명함을 주면서 기업체 대표나 담당자를 만난다.

“회사를 먼저 소개하고, 관내 업체라는 말을 했다. 저렴한 단가의 질 좋은 제품이라는 것과 25년 기술력 노하우, 끝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를 강조했다.” 물론 “여성기업등록업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 업체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여성기업과 최저단가에 매력을 느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업체”와 “무표정과 무반응이다.” 두 번째 반응에 부딪치면 힘이 빠졌다. 하지만 “나는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다른 업체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회의가 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내가 이 업종을 잘 못 선택했나. 여성이 넘어야 할 벽이 이런 것인가,”하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나만 쳐다보고 있는 직원들과 금융부채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고 했다.
 

▲ 박 대표와 남편 이선주 씨(44)가 생산현장에서 품질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거운 직원과 금융부채의 무게
박 씨는 “영업상대를 밤에 만나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낮에는 회사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만나면 제품구매를 하는 기업체 담당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바쁜 업무시간에 나누는 사무적인 대화보다 퇴근 후 나누는 대화는 인간적인 대화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성이다 보니 이런 영업이 쉽지는 않다. 늦은 시간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영업의 연속이다. 그나마 ‘김영란법’이 생겨서 영업을 할 때 비용절감 등 경제적 부담은 감소했다.”며 여성기업가로서 부딪치는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았다.

오늘도 희망을 품고 정글속으로
물론, 희망적인 일들도 있었다. “여성이 영업을 하러 오니까 신선하게 보아주는 분이 많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이 60 ~ 70% 정도 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 때문에 계약체결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현재 주 수입원은 대리점 납품이다. 대리점을 통하면 이윤이 박하다. 직접 납품을 해야 하지만 2017년 실적은 3건뿐이었다. 그것도 합해봐야 1천 만 원이 안 된다. 이정도로는 현상 유지도 힘겹다.

박 대표는 여성기업등록업체에 대한 혜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14년부터 실시된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물품ㆍ용역을 구매할 때 총액의 5%, 공사발주액의 3%를 여성기업에 할당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곳에도 경쟁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오늘도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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