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청소년축제 인문학 아카데미 강좌

지난 20일(토) 순천청소년축제팀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영웅서사시로서의 한국사를 넘어-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좌가 진행됐다.
강연을 맡은 강명관 교수는 우리가 배운 역사는 “전체에서 우연히 떨어져 나온, 전체 사건에 비해 극소수라 할 수밖에 없는 언어의 파편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세상이 존재한다. 우주와 똑 같은 비중을 가진 소중한 존재인 나의 행복, 나의 자유가 중요하다. 우리 개인이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역사가 쓰여져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 그런 공부를 해야 우리 삶이 활짝 핀다” 고 강연했다.

강연을 들은 청소년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재구성해 본다.

▲ 강명관 부산대학교 교수
▶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공부해야 우리 삶이 활짝 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어렸을 때 말을 안 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귀족들에 대해서 배우는 것에 반발심이 있었다. 명나라의 사상가 이탁오가 쓴 ‘동심설’을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 사람은 순진하고 착한 동심을 갖고 태어나는데 도리와 견문이 머릿속에 들어와 그것이 그 사람의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짧은 글이지만 중국 사상사에서 혁명적인 글이다. 그동안 의문으로 품었던 것이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배운 교육, 내가 한 생각이 나의 생각인가? 내가 생각했는가? 질문을 던져 봤다. 내가 한 말인데 신문에 나온 말을 지껄이든가, 도덕적인 언사를 반복할 때가 많았다. 도대체 그것을 내 머리에 집어넣은 사람이 누군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

▶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교수가 되었나?
학교 다닐 때 공부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 없다. 1979년 부마항쟁이 있었다. 이러다 군대로 잡혀가겠다 싶어 대학원을 갔다. 거기서도 이것이 옳은 작업인가 방황을 했는데 대학원 박사과정을 하면서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었다. 교수님이 광주 분이었는데 공부를 안 가르쳤다. 학회에 내라고 주제를 주셨다. 스스로 찾아야 했다. 그때부터 공부가 재미있었다.

▶ 노비의 삶을 연구 중이라 했는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것 실제인지?
조선시대 전기에 노비는 30-50%였다. 우리도 거슬러 올라가면 노비였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노비들의 삶은 정말 비참했다. 기록에 보면 ‘한 겨울에 베옷을 입고 굶어서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수동적인 존재 아니었다. 끊임없이 전략을 세우고 노력했다.

▶ 현대인들이 현명하게 살아갈 방법이 뭔가?
고등학생 자살률 높다. 아이들이 자살하는 사회는 미친 사회다. 유사 이래 이런 사회는 없었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지금 사회가 사람이 온전히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사회는 끊임없이 노력하면 거대한 황금을 쥘 수 있을 것처럼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박지원의 구상은 작은 공동체다. 국가 없는 사회에 대한 구상은 인류역사상 수없이 많이 했다. 가급적이면 국가의 지배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공동체가 많아지는 것이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청소년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로 살 수 있도록 한마디 해 주신다면?
철들 무렵 집안이 가난했다. 그런데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놓친 적이 없다. 자신이 우주만큼 큰 존재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자기개발서 나쁜 책이다. 미친 듯이 무엇을 하라는 말에 속지마라. 존재만으로도 훌륭한 사람이다. 돈 안들이고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 자연이 변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 등 즐거운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돈이 없어도 이 우주에는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런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 2회 청소년 축제 인문학 강좌 - 5월 18일 오후 2시 30분 중앙서점.  이형빈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상임연구원의 ‘꼴지도 행복한 학교, 핀란드에서 배운다.’ 문의 061)741-0601, 010-3622-8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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