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문재인 정부의 중장기 교육 정책과 방향을 제시할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다.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이 자문기구는 내년에는 법적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승격될 예정이다. 당연직 위원으로 교육부·기재부·복지부·고용부·여가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 수석,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참여한다. 민간 위촉직 위원으로는 관련 분야 전문가 11명이 참여한다.

많이 기다렸기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정권마다 교육 개혁을 앞세우며 새로운 정책을 시행했지만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난제라고 할 수 있는 과도한 입시경쟁 교육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교육문제의 근원적 해법을 기대하며 현장교사로서 ‘국가교육회의’에 세 가지 제언을 드린다.

첫째, 학교현장과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의 자유가 있을 때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다. 어쩌면 우리의 문제는 학교와 학생들의 자율성을 믿지 않고 이것저것 마구 쑤셔 넣어 생겨난 소화불량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것이 ‘학폭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상대평가이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실수를 허용하자. 학교 밖에서는 지원만 하자. 교육부도 ‘교육지원부’가 되어야 한다.

둘째는 교육부문에서는 성과를 조급하게 기다리지 말길 바란다. 교육은 본질상 그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없고 계량화도 어렵다. 학습 환경이 정말 어려운 학생 한 명과 일 년 내내 씨름하는 선생님과 사교육으로 선행학습이 잘 된 학생 열 명을 명문대학에 보낸 선생님 두 분 중, 누구를 더 우수한 교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거의 모든 것이 돈으로 거래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교육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기 쉽다. 이런 시각에서는 ‘2015 개정교육과정’이 말하는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란 목적은 정말 그림의 떡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교육과 입시 정책은 최소 5년 이상 토론과 5년 이상의 실험 단계를 거치고 한번 정해지면 100 년 동안 지켜 가길 바란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사례가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토론 결과를 국민투표에 부치자. 지난 200년 동안 지속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éat) 같은 것을 우리도 가질 때가 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제도가 단기간에 만들어졌다가 시행착오와 보완을 통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늘 시류에 떠밀려 왔다. 최근 매스컴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그렇다. 민주주의적 교육은 긴 토론과 합의 과정이다.

연(鳶) 날리기를 하다보면 연실이 꼬이는 경우가 있다. 둘이 꼬일 때는 조심스럽게 실을 풀 수 있다. 그러나 셋 이상 꼬이면 그냥 줄을 끊는 수밖에 없다. ‘국가교육회의’가 학생을 중심에 놓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제도 혁신을 하려면 지금의 헝클어진 연(鳶)실을 과감히 끊는 결기를 보여야 하리라.

박발진 광양제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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