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광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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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와 지연이
양현정 조합원  |  kle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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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호] 승인 2018.01.12  10: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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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광장신문은 협동조합이 만든 신문이다. 조합원들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담을 때 협동조합 언론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곧 순천지역의 다양한 사람들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공동체를 따뜻하게 할 것으로 보고‘IN 순천, 순천인’을 기획한다.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청춘들에게 한 작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했다. 청춘은 아파야 하는가? 아무리 독한 슬픔과 진한 슬럼프를 만나더라도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라고 사회는 말한다. 청춘은 즐겁고 기쁘면 안 되는 것일까? 누구나 가는 길은 곧게 뻗어 있는 반면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은 풀이 우거지고 무엇이 있을지 몰라 두렵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두려움이 없어 청춘이다.

두려움이 없는 청춘 김지연(청암고 3학년)은 올해 열아홉 살이다. 노래를 좋아하고 기타연주도 잘하고 고기를 잘 굽는다. 갈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세 번째 특기가 생겼다. 또래보다 일찍 세상을 배우고 알아가는 중이다.
 

   
▲ 친구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할 시간에 노래와 기타 연습을 한다. 주말에는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은 무엇이 있을지 이미 알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풀이 우거져 겁이 나지만 아직 보지 못한 신기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 길이 울퉁불퉁 할지라도 천천히 찾아 가보고 싶다.

나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았다.
친구들은 영수학원을 다녔지만 노래를 배우는 실용음악학원에 다녔다. 벌써 6년째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엄마는 내가 보통의 친구들과 다른 선택을 했을 때 가장 많이 응원을 해주셨다. 엄마는 결혼을 일찍 해서 사회경험이 적으시다. 결혼 후에는 아빠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항상 바쁘시다. 엄마를 위한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내게 많은 경험을 해보길 원하셨다. 공부가 아니라도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무엇이든 해보라고 하셨다. 

아빠는 엄마의 말씀이면 무조건 오케이 하신다. 나는 그런 부모님이 있어서 행운인 것 같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나는 특성화학교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야간자율학습을 할 만큼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고 또 노래를 할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었다. 특성화고라고 해서 꼭 편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 온 친구들은 취업이 목적인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학교 정책과 수업방향이 취업에 맞춰진다. 선생님들도 취업을 강조하시기 때문에 ‘노래하러 다니는 내가 게으른 베짱이처럼 보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 지연이는 예술인들이 노래를 할 수 있는 작은 무대가 있는 음악카페를 만들어 나누고 싶다고 한다. 벌써 2년 만기 적금을 시작했다. 나중에 노래하는 사업가로 성장 할 것 같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내가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하는지!
나는 대중음악이 좋고 노래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노래 한곡을 잘 부르기 위해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 또는 한 달 이상 연습하기도 한다. 발성부터 조금씩 매일 고쳐나가기가 절대 쉽거나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무대공포증까지 있어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많은 예술가들은 저임금을 감수해가면서 무대를 기다린다. 그들이 만든 무대와 연주는 사랑하는 소중한 것들을 희생해 가면서 만든 시간이다. 친구들 손에 책이 있듯이 내손에는 기타가 있을 뿐이다.

실용음악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가수가 꿈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 가수가 되고 싶다 아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있다. 누구나 가수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기 연예인이 될 확률은 매우 낮다. 초등학교 때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대기실에서 엄청난 숫자의 도전자를 보면서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꼭 가수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걸 그룹)의 주요 장르인 댄스뮤직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반복되는 기계음향과 만들어진 목소리가 싫다. 악기 하나와 사람의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고요한 노래들이 좋다. 요즘은 Charlie Puth의 Up all night를 연습하고 있다. 피아노와 기타 반주에 Puth의 허스키한 음성으로 만들어낸 멜로디가 좋다.
 

   
▲ 꿈의 무대는 음악홀이 아니라 넓은 초원이다. 바람과 햇빛과 키 작은 풀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 보인다. 나중에 지연이의 공연을 보려면 양떼목장으로 가야할 것 같다.

가수가 되지 않는다면 친구들처럼 취업 해야 할까?
어느 날 아빠가 기타를 사주셨는데 나는 기타 보다는 예쁜 기타 가방에 더 관심이 갔다. 내가 벌어서 기타 가방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겨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사실 부모님 식당에서 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식당에는 종업원이 더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우리식당에서 일을 하면 누군가는 피해를 볼 것이며 결국 부모님에게 용돈 받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식당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고기 굽고 자르기, 서빙하기, 청소하기 등)을 하면서 많은 것을 알아갔다. 돈 버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 노래를 좋아하고 계속 부르겠지만 직업으로 연결하기가 어렵다는 것,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헌신.

노래를 좋아하지만 노래만 부르며 살 수는 없다. 노래가 가장 큰 기쁨이지만 그것을 위한 경제적 노력을 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이 갖고 싶은 것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즐겁고 재미나게 한다. ‘with the heat of a million suns’ 백만 개의 태양의 열기처럼 내가 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려고 한다. 취업을 할 수도 있고 돈을 모아 장사를 할 수도 있고 대학에 진학을 할 수도 있다. 길이 많아 두려운 게 아니라 기대되고 신이 난다.

나는 베짱이도 되었다가 개미도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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