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 공학박사

21C에 우리 사회에 미친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 중 하나가 복지문제인 듯싶다. 복지 수혜자의 대상과 기간, 예산 등의 지원 범위를 놓고 아직도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옳고 그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있고 복지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복지가 의식주 등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치에 중점을 둔 반면 기회균등할당제는 대학입시에서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 소외계층의 교육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이다.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이하 할당제)는 지역청년 취업 확대를 통해 산업화나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인적자원 분포의 지역간 편차를 줄이고 이를 통해 지역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로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고자하는 관점에서 시행되는 제도이다.

2014년 제정된‘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과 기업이 직원 신규 채용 때 지역 인재를 35% 이상 뽑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곳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이 고사하고 있는 원인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절대적인 일자리의 수량 부족과 더불어 지방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기인한다. 따라서 지방을 살리는 가장 실효적인 해법은 지방 소재 공공기관과 민간 대기업들이 해당 지역 인재를 많이 채용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지방 소재 공공기관들 사이에서 지역 인재를 우대 채용하는 풍토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치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6월 22일 문대통령은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블라인드 채용과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할당제’를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지역인재 할당을 강조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유산인 혁신도시의 정착과 확산에 가장 빠른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지역인재 채용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수도권 집중 완화를 이룰 거라는 장기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지역대학 졸업생들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오는 게 현실”이라며“지역인재 할당제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즉, 할당제는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기보다 지역 출신 인재들을 우선 채용하여 지역이 후진적으로 나아가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정책이다. 따라서 할당제는 결코 지방 사람들만을 챙겨주는 정도의 정책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 및 비대화가 나라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부(negative)의 효과가 있을 정도로 폐해가 커진 만큼 국가라는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할당제가 공공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민간 부문까지 자발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할당제는 지역 발전의 첫 단추가 아니라 더욱 심각해지는 지역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제어하면서 지역사회에 숨구멍을 만드는 정책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지 않은 취준생들을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뽑는다면 다른 지역 출신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고, 민간 기업에서는 이를 정부의 간섭으로 이해하여 자신들의 채용권을 침해한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할당제는 공정성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이는 입시에서도 농어촌 전형이 있는 것처럼 일정 정도 사회적 합의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일자리를 늘리고, 그 일자리를 공정하게 나누는 것만큼 훌륭한 복지도 없다.

그러면 할당제에 대한 지역 대기업 중심의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 전남동부지역만 보더라도 공공기관에서 할당제를 담당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적지만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민간 대기업은 순천, 여수, 광양 지역에 다수 포진해 있다. 따라서 전남동부지역에서도 이젠 지역인재 할당에 대해 민간 대기업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지역 민간 대기업은 지역에 각종 봉사와 세수 납부, 협력중소기업의 지역민 고용 유발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 한 측면도 있지만 위해환경 물질 배출과 대기 오염, 각종 산업재해 등 지역민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민간 지역 대기업은 이제 지역에서 원하는 것처럼 봉사차원의 지역지원 정책을 넘어 적정 수준의 지역대학 청년들을 우선 채용하여 지역에서 원하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파격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인사권과 채용권의 권한을 갖는 본사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기업별로 지속적인 지역의 요구가 있으면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본다.

할당제는 고사하고 있는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이다. 따라서 향후 지역인재 할당제가 성공하려면 공공기관 중심의 할당제를 민간기관에도 확대 실시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위해 민간 대기업에 대한 설득과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4년제 대학에 치중한 할당제 제도를 전문대학까지 확대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할당제 수혜 대상 범위의 명확화, 국회에 계류 중인 ‘지역인재 의무 채용법’의 조속한 심사와 통과가 이루어져 빠른 시간 내에 할당제가 정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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