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1월 1일부터 약 2주 간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GEN: Global Eco village Network)의 청년 그룹인 넥스트젠 한국 지부(nextGEN Korea)가 기획한 교육/탐방 여행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테마는 구들 놓기 워크샵 + 나는 난로다 + 공동체 탐방 + 맛있게 먹자.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적정기술 및 농촌에서의 생태적 삶의 기술에 대한 관심이 그를 이 여행으로 이끌었다.  그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지면에 풀어놓아 보려 한다. <편집자 주>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igy)과 시골살이

나는 귀농자다. 고향 마을에 돌아와 조금씩 농사를 지어 보며 이런저런 경험을 쌓고 있는데, 농사를 중심으로 살림살이를 꾸려 보려고 궁리하던 중에 자연스럽게 가 닿게 된 것이 ‘적정 기술’이었다. 고도의 자본이 집약된 첨단 거대 기술이 점점 인간을 시스템의 톱니바퀴로 만들고 기술 의존이 심화됨에 따라 인간 본래의 자급 능력이 퇴화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 나온 개념이다. 현지 상황에 맞춰 좀 더 작고, 손으로 제작/관리/보수할 수 있고, 생태친화적이고 인본적인 기술을 추구하며, 지역의 전통 기술을 현대에 맞게 되살려 계승하는 등 작고 접근성이 높고 따뜻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골살이를 꾸려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적정기술인 것이다. 아궁이, 난로, 화덕, 구들… 특히 난방과 취사를 하는 데에 전기와 석유 의존을 줄이고 진짜 장작불을 보며 살고 싶다는 로망을 실현하고 싶다!
 

구들 워크샵의 시작

▲ 온돌에 관심이 있는 일본과 한국 참가자들이 함께 어울려 작업중이다.

시코쿠 다카마쓰 시 외곽의 시골. 두껍고 탱탱한 면발의 ‘사누끼 우동’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우동 가게부터 찾아들어 갔다. 기대한 대로의 맛. 싸고 푸짐한 서민의 식사.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거의 주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정제 탄수화물 과다섭취로 인한 당뇨병의 빈발이라는 부작용도 있다고 들었다. 수확을 마친 논에서는 베어낸 벼그루가 다시 올라오고 있어 마치 모내기를 마친 늦봄같은 착각이 들었다. 따듯한 남쪽이라서 가능한 풍경이 아닐까? 그림처럼 우거진 숲과 논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시골 마을, 파란색으로 칠한 지붕이 높은 오래된 농가에서 넥스트젠 회원이자 적정기술 활동가인 ‘달’과, 넥스트젠 코리아의 일본 특파원(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아이 둘 낳고 일본에 살고 있다)인 ‘오하이오’의 기술지도와 통역의 도움을 받아 작업이 시작되었다.

집주인 ‘카즈’씨는 10여 년 간 느슨한 공동체 마을을 꾸려 살다가 얼마 전부터 혼자 사는 시기를 갖는 중이라 했다. 자그맣고 숫기 없어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워크샵을 조직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 부드러운 인망이 두터운 사내였다. 나중에 짧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눠보니 인도 철학과 일본 토착 애니미즘의 연속성을 ‘원(circle)’이란 상징을 중심으로 풀어낼 줄 아는 깊이가 있는 사람이다.

일본 현지에서 온돌에 관심 있어 모여든 사람들과 한국 참가자들이 어울려 함께 작업에 들어갔다. 목수, 미장이, 요리사, 귀농귀촌 예정자, 시골살이와 생태적 삶을 동경하는 사업가… 여남소노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즐거운 불편’을 삶 속에 더 들여놓으려는 추구가 서로를 공감대로 묶어주고 있었다. 일본 전통의 다다미(짚으로 두껍게 짠 마루, 습하고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일 양국 전통 가옥이 더위와 추위에 대처한 방식의 차이가 무척 흥미롭다. 한국은 대청마루와 온돌방, 일본은 다다미 방과 목욕)를 들어내고 흙바닥을 고르고 내화벽돌로 화구(아궁이)를 쌓고 벽돌과 흙 몰타르로 고래(아궁이에서 달궈진 뜨거운 공기가 지나가는 길)를 만들고 그 위에 돌판을 덮고 흙으로 미장하고 다시 돌판을 한 겹 더 덮고 흙으로 단단히 미장하고…


함께 공부하고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초겨울, 해가 꽤 짧아진 시기였다. 일교차가 매우 크고 일본 전통가옥의 난방이 부실한 편이라서 아침저녁으로 무척 추웠다. 짧은 해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이른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함께 작업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목욕, 자기 소개, 적정기술 및 온돌에 대한 기본 강의, 술 마시고 노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하루 종일 부대끼며 일과 놀이와 숙식을 함께 하는 동안 어느새 작은 ‘공동체’가 피어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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