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장, 순천대

요즈음 대립적인 미국과 중국관계를 표현하는 용어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새로 부상하는 아테네와 기존 강대국 스파르타 사이에서 발생했다고 서술하면서 생긴 용어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자 하였다. 최근 500년 동안 새로 부상하는 국가가 기존 강대국가를 바꾸려는 시도가 16번 있었는데 이 중 12번이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앨리슨 교수 입장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너무 매일 필요는 없다. 투키디데스는 역사는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다는 ‘순환사관’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역사사건이 발생하는 구조와 실행하는 사람들이 다를 경우 현상이 비슷해도 발생구조와 주체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진다. 앨리슨 교수의 분석에도 16개 경우 중 4개의 경우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신흥 강대국 미국과 해가 지지 않은 제국 영국 사이에 전쟁이 없었던 사례를 들 수 있다.

동아시아는 미중간의 대립에 더해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한국의 사드배치로 인해 고도의 군사적 긴장국면에 처해 있다. 한반도에 핵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국과 한반도의 생존은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한반도에 투키디데스 함정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사드배치 이후 악화된 한국과 중국관계를 완화하려는 일환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월 13일 중국을 방문하였다. 문대통령의 중국방문을 둘러싸고 국내에서는 ‘홀대론’이 제기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충분한 외교적 예우를 받지 못하고 ‘혼밥’을 먹는 등 홀대받았다는 것이다. 수행한 한국기자폭행사건은 ‘홀대론’을 더 강화시켰다.

 ‘홀대론’에는 보수언론이 중심이 되면서 일부 진보 언론도 가담하였다. ‘홀대론’은 한국이 처한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기보다는 부분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전체 상황을 덮으려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외교상의 절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한국의 입장에서 지적하고 비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국방문을 해서 관계정상화를 통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해야 만하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인식을 크게 고민하지 않은 점은 문제이다. 그리고 한중간의 관계악화가 현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전정부에서부터 비롯된 점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국내와 대조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의 성과에 대한 미국 주요 언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중관계의 복원은 중국의 해외 영향력 확대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부담이 된다. 따라서 미국 주요 언론들이 문대통령의 한중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의도적으로 좋게 평가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이번 방문이 한중간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성과적이었다고 평가하였다. 따라서 한국 언론과 외교전문가들도 부분에 매이지 말고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이 번 중국 방문이 낳은 객관적 성과들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관계흐름을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거시적이고 통시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21세기 세계체제, 한국을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축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소모적인 ‘홀대론’ 논쟁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해외 지역학 연구를 전략적으로 육성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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