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8,9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약한 사람 돌봐주고 좋은 감정 기르기

사람은 말이야. 속에 두려움이라든가 겁이 나든가 그럴 때 보통 두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자기 속의 두려움을 해결하는 것 같아. 첫째는 방금 읽은 글의 술 먹은 친구처럼 누굴 때려주든지 밖으로 폭력을 쓰는 거야. 또 다른 하나는 문을 걸어 잠궈 놓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거야. 다른 사람 절대 못 들어오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 속의 혼자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런 경우가 있어. 큰소리 치고 주먹으로 치고 난폭하게 구는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고 속에 두려움이 꽉 차 있고 그런 경우가 많아.

‘벤허’라는 영화 알지? 할아버지는 그 영화에서 전차 경주하는 장면도 물론 기억에 남지만 젤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어. 벤허가 귀족인데도 불구하고 노예가 돼서 팔려가거든. 노예들이 가다보니 목이 마르잖아. 사람들이 물을 먹으려고 하는데 로마장교가 그 물을 못마시게 하는거야. 그런데 거기 어떤 마을 사람이 물을 떠서 목마른 노예에게 물을 주는 장면이 나와. 그 사람이 예수인데 뒷모습만 보여. 그니까 예수라는 걸 몰라. 그때 장교가 와서 그 물 주려고 하는 걸 막고 그 사람을 딱 쳐다보지. 영화장면에서는 예수의 뒷모습만 보여.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쳐다보는데 예수가 장교를 보는 거야. 장교가 예수와 눈을 ‘딱’ 마주친 순간 고개를 숙이는 거야. 그 장면이 기가 막히게 나왔어. 장교가 예수의 얼굴을, 눈을 보는 순간, 슬그머니 고개 숙이는, 그 장면. 그건 뭘까? 시선 하나 가지고 상대방을 압도해버리는 힘! 난 그게 중요한 거라고 봐.

아무나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게 진짜 힘이야. 너희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 자라고 특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계속 성장해가다보면 나중에 실력자가 돼서 이 세상의 모든 그런 사람들을 -아주 약한 사람이 그런거야. 강한 사람은 안그래. 약한 사람이 술 먹고 난동부리고 그래. 그 속에 겁이 잔뜩 나가지고 그런거야.- 폭력으로 다스리는 게 아니라 고쳐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희들 모두 그런 사람이 돼. 살다보면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우리가 마음공부 하는 거야.

감정 가운데 사랑하는 감정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아니면 고통스럽게 할까? 내가 준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고통스럽게 할까? 뻔한 거지. 그것은 나를 행복하게 해. 그것을 길러내는 거야. 내가 누구를 미워해. 그 감정은 나를 힘들게 한단 말이야. 그런 감정을 제거하는 거지.  

우리 마음속에 감정들이 있지만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있다.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제거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길러주라는 얘기다.

문제는, 그런 줄 아는데 잘 안 되지? 그럴 땐 어떻게 할까? 한결이 한번 생각해봐. 이 좋지 못한 감정은 제거하고 싶고 좋은 감정은 길러내고 싶은데 자꾸만 좋지 못한 감정이 나를 사로잡는단 말이야. 어떻게 하면 좋지? (그럴 때마다 연습해야 돼요.) 옳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그럴 때마다 연습하는거지. 그니까 마음공부 하는 거야.

그런데 한 가지만 얘기해줄게. 그럴 때마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봐. 알았니? 도움을 받으면 훨씬 쉽겠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잘 봐. 너희를 도와주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잘 찾아내서 그 도움을 받는 것은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야. 그걸 자꾸만 연습하다 보면 힘이 늘어. 그래서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거야. 처음부터 되 는게 아니야. 그래서 혼자 힘들 때는 누구한테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받고, 하느님한테 기도도 하고 그럴 필요가 있어.

정리: 이재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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