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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배추의 압박감(1)
김계수 조합원  |  dal-nam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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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승인 2017.12.14  16: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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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는 여전히 농촌지역이 도시지역 보다 압도적으로 넓다. 도시문제와 함께 농촌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외서면에서 17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계수 조합원이 농촌의 일상을 전하는 칼럼을 싣는다. <편집자 주>


 

   
▲ 김계수 조합원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날씨가 좀 더 추운 웃녘에서는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대부분 김장을 끝내지만 아랫녘에서는 12월 초부터 시작해서 연말에 김장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12월 첫 주와 둘째 주에 집중된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상인이 시장 입구에 생배추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곁에 화톳불을 피운 채 손님을 기다리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도회 사람들이 생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던 시절에는 배추를 판매하는 일이 꽤 어려웠다. 트럭에 주문 받은 배추를 가득 싣고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서 겉잎을 대강 뜯어낸 배추 대여섯 통을 커다란 비닐 봉투에 담아 엘리베이터로 세대까지 나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부피가 큰 짐 여러 개를 승강기 앞까지 나르고 승강기 문을 억지로 붙잡으며 옮겨 싣고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배추의 크기가 마음에 안 든다며 다시 가져가라는 사람도 있었다. 물건을 판매하는 내 입장에서는 배추의 크기에 대해 소비자가 만족하는지의 여부만 신경 쓰였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배추가 통이 클 리 없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모든 아파트에서 김장 쓰레기 배출 요령을 승강기 내부나 게시판에 붙였는데, 김장 쓰레기가 거의 나지 않는 지금도 관리사무소의 노파심은 관성처럼 남아 있다.

허드레 공간이 별로 없는 아파트에서 배추를 절이는 일은 꽤 번거롭고 불편한 것이어서 10여 년 전부터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는 행태가 보편화 되었다. 나도 아는 사람에게 작업을 부탁해서 배추를 절여 팔기 시작했다. 배추를 절이는 작업은 먼저 배추를 절반으로 갈라 밑동에 칼집을 낸다. 소금물이 배추 속으로 빨리 스며들어 배추가 고루 절여지게 하기 위함이다. 다음은 간수물에 배추를 적셔 숨을 약간 죽인다. 배추 잎 사이에 소금을 넣고 절임통 안에 차곡차곡 쌓을 때 잎이 부러지거나 바스러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숨이 죽은 배추의 잎 사이에 소금을 넣고 밑동에 소금을 한 줌씩 얹은 배추를 절임통 안에 차곡차곡 쌓은 후 간수물을 붓고 물을 가득 채운 고무통이나 다라이를 위에 올려 눌러 두어야 한다. 통이 작은 배추는 보통 12시간 정도, 통이 큰 것은 하루가 지나야 절여진다. 다 절여지면 건져서 간수와 티끌을 잘 씻어낸 다음 물이 잘 빠지게 너댓 시간 쌓아 두었다가 포장하게 된다. 이렇게 절인 배추는 상온에서는 늦어도 사흘 안에 양념으로 버무려야 변질을 막을 수 있다. 냉장한 것도 오래 두면 배추가 쓰고 질겨진다.

절임배추를 판매하는 일은 생배추를 파는 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긴장감과 압박을 동반한다. 우선 주문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주문을 기록에서 빠뜨리거나 날짜에 착오가 생기면 큰 낭패다. 김장은 주부에게도 꽤 큰일이어서 일찌감치 날을 잡고 양념을 준비해서 배추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항상 일에 쫒기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그 동안 당혹스러웠던 경험은 헤아릴 수 없다. 배추를 택배로 보내는 경우에 소비자는 다음날 받을 것을 전제로 일을 하는데, 김장철은 택배 물량이 몰리는 때여서 하루 지연되거나 여러 개 중 일부만 도착하기도 해서 여기저기 수소문해야 할 때도 있다.

또 배추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서 어떤 사람은 덜 절여졌다고 불만이고 어떤 사람은 너무 절여졌다고 야단이다. 너무 짜게 절여져 쓰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고, 낙엽 같은 티끌이 있다고 전화하는 사람도 있다. 통의 크기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배추를 절이는 데에는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관여한다. 통의 크기, 절이는 시간, 소금의 품질, 절이는 동안의 기온(날씨가 추우면 잘 절여지지 않는다), 물이나 비료 등 배추 재배 과정의 차이에 따라 절임 상태가 달라진다. 그래서 균일한 품질이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은 기계가 찍어내는 공산품에 익숙해져 있어 배추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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