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 않은 감
 

우연히 마을을 지나다가
나무 우듬지에 아스라이 달린
두어 개 부러 따지 않은 감을 보면
내가 한 일이 아닌데도
괜스레 마음 뿌듯해지지만   
까치밥으로 남긴 주먹만 한 감이
서너 개를 넘고 예닐곱 개도 넘어  
수십 수백 개 홍등을 달아놓은 듯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때는
혹여 감나무 주인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 건 아닌지
아예 빈 집은 아닌지
내 일이 아닌데도
별 걱정을 다 하게 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감이 어중간하게 달려 있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간다 

 

 

안준철
순천효산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시집<별에 쏘이다>외 몇 권,
교육산문집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외 몇 권을 펴냄
한국작가회의 순천지부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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