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근혜
 더드림실버타운 대표

한해의 마지막 달이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이즈음이면 한 번쯤 주변을 살펴보게 되고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연말이 다가오면 시설에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진다. 고생한다고 후원물품을 들고 찾아오시는 분들, 몸으로 하는 봉사를 위해 오시는 분들, 재능기부를 하러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한분 한분이 너무도 고맙고 따뜻하지만 자원봉사를 위해 오시는 분들의 몇 가지 예를 통해 봉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보았으면 좋겠다.

자원봉사는 결국 자신을 위한 것
자원봉사란 “스스로 원하여 받들고 섬긴다”라는 뜻으로 자발적인 의지로 남을 돕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봉사이니 자원봉사는 결국 자신을 위해 하는 봉사인 것이다. 가끔 자원봉사는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이냐고 물으면 봉사를 받는 분을 위해 한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대답은 봉사에 대한 개념으로 적절하지 않다. 내가 원해서 하는 봉사이고 봉사를 통해 내가 기쁘니 나를 위한 봉사가 자원봉사인 것이다. 물론 봉사를 받는 분도 함께 웃고 나눔을 받으니 기쁘겠지만 봉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가 원해서 하는 봉사이니 봉사를 하도록 허락해준 대상자께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한다.

세 가지 유형의 봉사자들
봉사를 오는 분들을 필자의 경험에 따라 주관적으로 나눠 유형별로 보면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영광의 주인공형’이다. 이분들은 대부분 실질적인 봉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 미리 전화해서 날짜와 시간 잡고 우르르 찾아와 약간의 물품이나 금품을 놓고 사진을 계속 찍는 게 특징이다. 또 커피를 달라, 간식은 없느냐며 노골적으로 대우받기를 원하고 본인들이 얼마나 많은 선행을 하고 있는지 늘어놓고 싶어 한다. 본인들의 단체를 홍보하거나 가입을 강권하다 못해 가입하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오지 않겠다는 얘기를 노골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어 매우 불쾌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두 번째, ‘빛과 소금형’이다. 미리 전화로 봉사시간을 정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어본 후 봉사에 필요한 도구(고무장갑, 앞치마 등)는 스스로 챙겨서 온다. 자원봉사인증센터에 가입하여 차근차근 시간을 쌓고 필요한 곳 요소요소에 도움을 주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봉사이다. 시설 청소, 텃밭관리, 실외정리 등 몸으로 하는 봉사로 땀 흘리면서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고 미용봉사나 사물놀이, 노래 봉사 등의 재능기부를 주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들은 봉사도 열심히 하면서 자원봉사 시간 입력을 넉넉히 해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유형이다. 이런 분들은 봉사시간 입력도 필요 없고 자기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꾸준하게 찾아와 필요한 일을 조용히 하시고 즐겁게 노닐다 가신다. 너무 고마워서 뭐라도 챙겨드리려고 하면 어르신들 하나 더 드리라고 빈손으로 찾아온 것을 오히려 부끄러워 하신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이분들은 봉사 자체를 즐거워할 뿐 원하는 것이 없다.
 
봉사 참여도에 비해 인식은 부족
자원봉사 실태를 보면 OECD 34개국 평균이 23.9%로, 최고 미국(44.7%)부터 그리스(3.9%)에 이르며, 한국은 29.4%로 11위에 올라있다(2014년 통계, 호서대 교수 김재연). 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참여도 늘어나고 있지만 봉사에 대한 개념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봉사자님은 역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유형’에 속하시는 김00님이시다. 곧 70이 되신다는 00님은 17년째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노인시설에 가서 노래 봉사를 하고 계신다.

“봉사가 뭐 있간디요. 신나게 같이 노래 부르고 춤 추다보믄 어르신들도 즐겁고 나도 즐겁재. 봉사시간 안 올려줘도 하늘이 다 본께 괘얀으요. 이라고 놀다가도 다들 고맙다 해싼게 내가 더 고맙재.” 봉사의 의미를 되새겨 볼만한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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