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준 소설가

11월 15일, 예비소집까지 마친 이후 포항 지역에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고 수능 시험이 1주일 뒤로 연기된 건 당일 저녁 8시 20분 교육부장관의 발표에 의해서다. 포항 지역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여진에 따른 시험 시행 불가 여건 등을 고려하여 범정부 차원의 논의를 거쳐 연기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재난에 대비하는 기저가 바뀐 정부의 변모된 모습이기도 하다. 

일주일이 더해진 고충은 수험생들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옥죄었을 것이며 수능 이후의 특수를 노린 여행과 성형 수술 등 여러 분야에서 취소와 연기 현상이 이어졌다. 11월 23일 수능은 그나마 차질 없이 치러 안도하게 된다.  

일주일 동안 예측불허의 고난 속에서도 시험지 유출에 따른 파급력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을 테지만 철저한 보안을 통해서 2차 재난의 불상사 없이 치러낸 행정력과 더불어 시험을 중단하지 않아도 될 진폭의 여진으로 원만하게 시험을 치르도록 해준 자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대학 입시와 관련한 풍부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할지라도 곳곳에서 입시 일정 연기로 인한 진행상의 난맥이 벌어질 가능성은 물론 엄존한다. 또한 특성화 고교 포함, 포항 지역 27개 고교 고3 학생들의 수능 점수가 발표되고 이에 대한 어떤 유의미한 분석 결과가 초래할 수 있는 저항을 예감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 역시 정부로선 큰 부담일 것이다. 

사실, 지구의 재난은 이제 함께 떠안고 가야할 바로 내 곁에 도사리고 있는 상시 존재의 위험이다. 이럴진대, 단기적 해법만을 전제해서는 지속적인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차제에 모든 재난 시의 수능 시행 절차와 해당 경우의 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을 포함하여 최저등급제 존폐 여부, 두 차례의 수능을 통한 부담 완화 방안 종국에는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국민적 교육의제로 상정, 논의를 공론에 부쳐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중 대입과 관련한 핵심 공약은 수능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상대평가에 의한 일렬로의 줄세우기는 고교교육 더 나아가서는 대입 제도의 진동으로부터 심각한 파장을 겪고 있는 초·중학교 학교교육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건 확인된 교육 모순이다. 고교의 교실수업 개선과 학점제 도입 등 고교 교과과정의 변혁은 꿈도 꾸지 못할 터이다. 절대평가제는 수능의 자격고사화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이다. 우리의 초·중·고 교육을 제대로 올곧게 자리매김 하기 위해 대학 입시의 틀을 바꿔내는 개혁의 시급함은 두 말이 필요하지 않다.

최근 들어 수능의 절대평가 전면화를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영어를 포함, 몇 개 과목만 절대평가를 실시하겠다는 후퇴의 논리가 궁색하다. 그나마 입시 선택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학교교육의 다양성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마당이다. 여기에 절대평가의 전면 도입을 통해 수능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줌으로써 빛나는 청춘의 시기를 교실에 저당 잡힌 우리 청소년들에게 교과서 밖, 학교 밖의 세상으로 눈빛 반짝이며 신명난 발길을 내딛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제화 되어 있는 교육의제는 절대 만족의 법제화로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현실임을 누구나 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교육현실에 대해 질타를 하면서 내 안으로 굽는 팔의 각도로 교육문제에 접근하고 재단하여 토혈하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특히, 부의 세습을 꾀하는 방법 모색 중 교육이 확실하게 복무하는 제도적 장치임을 인지하고부터는 교육정책의 도입과 시행에 있어 서울의 강남의제가 전국적 교육의제로 변환하는 모호한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절대평가로의 개혁이 혹여 이러한 저변의 연유로 가로막힌다면 이는 촛불정부의 철학일 수 없으며 통찰이 더 요구된다 할 것이다.   

수능 개혁은 보통교육을 바로 세우는 핵심 변수이다. 이번 자연 재해를 계기 삼아 수능 절대평가 전면 도입 등을 논의하는 기왕의 공론을 확대하여, 논쟁이 촛불의 바다처럼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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