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광수 지부장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여수MBC지부

김장겸(MBC 사장), 고영주(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9월 4일 총파업에 들어간 MBC노조가 김장겸·고영주 해임이라는 승리를 안고 11월 15일 업무에 복귀했다. 총파업 72일 만의 기쁨이다. 이번 총파업에서 지역 낙하산 사장 철폐를 들고 투쟁을 이어온 지역MBC는 여전히 끝나지 않는 투쟁을 하고 있다. 여수 MBC노조 박광수지부장을 순천광장신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심원택 퇴진 투쟁 이어나가
박광수 지부장은 11월 14일 파업승리 보고대회에서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였을만큼 이번 파업만큼은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MBC에 입사한 지 21년동안 크고 작은 투쟁이 있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파업과 투쟁을 이어왔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번 총파업 투쟁은 보수정권 집권 이후 방송환경이 참혹하게 망가진 상황에서 사실상 첫 승리이다.”
특히 박광수 지부장은 지역MBC 낙하산 사장 철폐를 들고 싸운 것을 이번 투쟁의 특별한 의미라고 말한다.

“이번 파업은 낙하산 사장의 폐해에 대해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한 첫 투쟁이었다. 서울 사장의 점지를 받은 지역 낙하산 사장 철폐에 대해 전국 MBC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지역으로 보자면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한 여수MBC의 첫 파업이었다.”

MBC노조는 업무에 복귀했지만 지역MBC노조는 여전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5.18북한군 개입설은 팩트일 수 있다. 비싼 돈 들여 세월호를 왜 인양하는지 모르겠다”는 망언으로 여수MBC 구성원을 비롯해서 광주전남 시민사회에 큰 분노를 샀던 심원택 여수MBC사장 퇴진투쟁은 이어지고 있다.

“월요일마다 출근 대면투쟁을 하고 있다. 심원택 사장과 보도 편성 간부들의 반성과 각성 촉구하는 피켓팅도 매일 사무실에서 전개하는 중이다. 김장겸 해임 이후 새로운 MBC사장이 선임되면 지역사 사장의 거취도 결정되리라고 본다”
 

▲ 『광장신문』회의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광수 지부장. 사진 신석호 기자


사장선임구조를 광장으로
현재 MBC 사장은 공모 과정을 거쳐 12월 7일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최종 결정된다고 한다. 그 이후 지역MBC 사장 선임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될 전망이다.

“지역사 사장 선임 관련해서 지역MBC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사장공모지원자 공개’이다. 예전처럼 서울사장이 자신의 친소관계에 의해 낙점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최소한 ‘정책설명회’를 개최하라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과정을 통해 지역MBC 사장 선임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요구이다. 향후에는 ‘최종 후보자 선정시 지역 구성원들의 동의 절차’를 달라는 요구까지 할 수 있어야 된다. 지역 사장 선임부터 방향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밀실선임구조를 광장으로 가지고 나와야 한다.”

이번 파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시민 홍보 활동 뿐만 아니라, 노동·시민사회단체, 지역모임을 다니면서 공영방송 MBC의 모습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2012년 130일 파업했을 때와는 달리 ‘반성합니다. 경청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여수·순천·광양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 자리를 많이 가졌다. 정말 많은 채찍과 쓴 소리를 들으면서 반성과 더불어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여수MBC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MBC의 위치를 알아보는 계기,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방송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많은 이들이 MBC 총파업 승리 이후, 공영방송 MBC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투쟁 이후 공영방송 MBC를 바로세우는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9년간 MBC를 지배했던 이들은 지역을 도외시했다. 방송제작을 위한 인력과 재원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지역MBC를 수익구조에 충실한 지사의 개념으로 본 것이다. 지역사 사장에 대한 경영평가 내용으로도 알 수 있다. 방송은 뒷전, 기자와 피디는 줄어들고, 방송의 독립성은 꾸준히 억압되어 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지역민들을 만족할 만한 기능을 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구성원들도 모습은 반성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지역MBC가 지역언론 완전체로 설 수는 없을 것이다. 인력과 재원도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지역 MBC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은 건강한 지배구조이다. 이를 위해 서울 사장 선임제도에 준하는 수준의 지역사장 선임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 정리 신석호 기자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 토양 개선에 힘쓸 터”
박광수 지부장은 지배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공영방송의 기본 골격을 바로 세우는 것이고, 그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공정방송을 실천할 건강한 내부 토양을 구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 노조 내 기구인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를 강화할 예정이다. 노동조합부터 스스로 민실위 모임을 주 1회 개최하고, 우리가 만든 방송을 리뷰하고 타사 방송과 비교하고 서로를 비판하며 공정방송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또한 방송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기구인 ‘공정방송협의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사장이 선임되고 노사관계가 정상화되어 단협이 복원되면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공영방송 MBC 재건에 더 관심 가져달라”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지역민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자세를 바로 고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부족한 역할을 해 온 여수 MBC노동자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또다시 호소드릴 수 밖에 없는 것은 공영방송 지역 MBC 재건에 더욱 관심을 기울려 달라는 것이다. 지역 언론에 근간이 될 수 있는 것은 공영방송 MBC, KBS가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공기가 될 수 있도록 채찍질 해 달라.”

언론노동자로 21년을 살아온 박광수 지부장은 ‘지역에 중견 언론인으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번 총파업 투쟁을 통해 지켜볼 눈들이 더 많아졌다는 부담도 없지 않다. 취재와 연대활동이 다르지 않다는 소중한 경험을 한 그는 앞으로 더욱 부지런을 떨 예정이란다. 그의 부지런한 행보에 다시 한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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