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명의 시민들이 가재도구 모아줘

자립하기 위해 이사했지만, 가재도구가 없어 고민하던 지적장애인 형제를 순천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귀감이 되고 있다.

지적장애인인 최종수, 최문수 형제는 시설에서 나와 한집에 살고 있었다. 자립하기 위해 채인순 활동보조사의 도움을 받아 임대아파트를 신청해 두 형제 모두 당첨되었다. 당첨의 기쁨도 잠시, 집안에 가재도구가 없었다.

채인순 활동보조사는 두 형제의 사연을 파란직업전문학교 장애인가정 팀장인 이현주 씨에게 알렸고, 이현주 씨는 자신이 속한 소모임과 각종 단톡방에 두 형제의 사연을 알렸다. 최미희 전 시의원과 가상화폐를 사용하여 물건을 교환하고 판매하는 ‘렛츠’의 정겨운 씨가 중심이 되어 사연을 알리고 물건을 모았다. 사연을 접한 순천의 ‘렛츠’와 ‘비정규직 자녀를 위한 장학회 추진 모임’ 등 여러 단체와 40여 명의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많은 시민이 물건 기부를 약속했지만 물건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도 큰일이었다. 최재운 씨가 화물 차량과 두 아들을 보내 집마다 방문해 물건을 받아 모아 운반했다. 17일 두 형제가 이사했고, 몇몇 시민이 함께 도왔다. 돕는 시민이나 두 형제 모두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이사였다. 형제들의 방은 시민들이 보내준 물건들로 가득 찼다.

▲ 시민들이 형제의 이삿짐을 나르고 있다.

이사 당일 채인순 활동보조사는 “평소 문수는 어려운 형편에도 ‘가난한 부자’라고 불릴 정도로 없는 살림에도 남에게 베푸는 착한 아이다. 그래서 이런 복을 받은 것 같다. 임대아파트가 당첨된 것만 해도 기쁜데 이렇게 가재도구도 생겨서 내가 부자가 된 것 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팀장은 “채인순 씨에게 사정을 전해 듣고 카톡방 등에 사연을 알렸다. 다행스럽게도 스스럼없이 ‘나 집에 밥통 있는데’ 이렇게 말하며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다. 이렇게 화장지같이 사용 안 하는 물건이 아니라 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을 기부해 주신 분들도 있고, 아들이 군대에 가서 한번 덮은 이불이라고 기부해 주신 분도 있다. 물건마다 사연이 담겨 있다. ‘문수야 힘내, 잘살아’란 쪽지를 써서 보내 주신 분들도 있고, 포장을 정성스럽게 해서 보내 주신 분도 있었다. 이일을 하면서 순천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구나, 따뜻한 사람이 정말 많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 문수가 장가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 방안은 시민들이 보내준 물건들로 가득 찼다.

정겨운 씨는 “평소에 안 쓰는 물건을 모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 주는 일을 많이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내가 좋다. 가족들은 쌓아 놓은 물건에 좀 불편해하기는 한다. 사연을 접하고 내가 이런 일을 하는지 알기에 여러 엄마에게 부탁해 물건을 모을 수 있었다. 남과 물건을 나누는 것을 겁내면 안 된다. 거절하면 다른 필요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내 가게 한 쪽에 아름다운 가게 같은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문수 씨는 “이사해서 좋고, 다른 분들도 재워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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