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저 민호예요
 

▲ 송태웅 / 시인

엄마 아빠, 저 민호예요
2017년 11월 9일 제가 현장실습 중이던
회사의 프레스에 눌리는 사고를 당했고
11월 19일에 엄마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는 나라로 떠나왔고
11월 23일이 엄마 아빠가 저를 낳아준 지
꼭 열 여덟 번째 날이 되었어요
 

엄마, 아빠 죄송해요
엄마는 저도 없는데
미역국을 끓이면서
또 얼마나 우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 친구들은
오늘 수능시험을 치렀겠네요
그 친구들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해도
취업도 될지 말지 막막한 세상인데
저는 산업과학고라는 데에 와서
친구들보다 일찍 취업해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했어요
 

엄마 아빠, 죄송해요
제가 이렇게 일찍 떠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현장실습학생들이 회사에 가면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원도 아니게 돼요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는
실습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돼 있는데
실제론 11시간에서 12시간까지 일해야 했어요
사고 당하기 전날 엄마가 전화해서
끼니 거르지 말라고 야단치신 것이
엄마와 마지막이 됐네요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프레스가 제 목을 짓눌러 올 때
어른들은 제 옆에 아무도 없었어요
현장실습생은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으니
아직 학생 아닌가요
그런데 왜 우리에게 정식직원들이 꺼리는 일을
떠맡기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직원들은 다 퇴근하고
실습생들만 남아 잔업까지 하고
도대체 근로기준법은 어디에 가고
이건 교육도 노동도 아니잖아요
엄마는 의사에게
식물인간도 좋으니 무조건 살려만 주라고
매달리셨다면서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전들 엄마 아빠 곁을 떠나고 싶었겠어요
평일엔 공장에서 자고
주말에만 엄마 아빠 곁에서 자야 했는데
이제 영원히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편히 잠들래요
다시는 저처럼
엄마 아빠 곁을 일찍
떠나야 하는 친구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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