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장실습 사망에 대해

수능일인 지난 23일은 현장실습 중 사고로 다쳐 10일간의 사투 끝에 사망한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 3학년 고 이민호(19)군의 열 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건강이 나쁜 부모님을 하루 빨리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특성화고에 진학한 이군은 고3 이 돼서 나간 현장실습에서 야근, 그리고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했다. 그러던 중 프레스기 오작동으로 프레스기에 압사 당했다.  

이군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2012년 울산 콘크리트 타설 작업선 침몰사고로 사망한 우리 지역의 현장실습생 홍모 군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위험한 작업 현장엔 실습생만 홀로……
22일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가 고인의 작업현장 및 여건 등을 파악한 결과에 의하면 이 군은 사고현장에서 5일 정도의 교육만 받고 정규직 대신 작업현장을 혼자 책임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제4조를 보면 ‘현장실습을 지도할 능력을 갖춘 담당자를 배치해 현장실습생의 현장실습을 성실하게 지도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장실습생은 혼자 현장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9월부터는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11~12시간이 넘는 근무를 했다고 한다. 이는 표준협약서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다.

저임금과 위험에 내몰리는 실습생들
현장실습에 나선 학생의 사고가 거듭되는 데는 실습생을 교육 대상이 아닌 ‘값싼 노동자’로 여겨온 정부와 기업, 학교의 책임이 적지 않다. 저임금의 위험한 일자리를 10대로 채우려는 기업, 취업률로 학교를 평가해온 정부, 학교평가를 잘 받기 위해 취업률 높이기에 매달리는 학교의 ‘트라이앵글 구조’가 실습생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해마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학생 6만여 명이 ‘산업체 현장실습’을 나가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현장이란 대개 임금이 낮거나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 일반 노동자가 꺼리는 곳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예로 경기도 포천의 제조업체에서 기계 수리 업무로 현장실습을 했다는 이아무개(17)군은 ‘거의 3m 정도 높이에 올라가 안전장비나 환풍시설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용접을 했다’고 한다. 아직 학교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갓 19살의 청소년이 말이다.

세월호 때처럼 사고가 난 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한 곳도 책임지겠다는 기관이나 어른이 없는 현실에서 정부는 취업률에 목매게 하는 성과주의에 학교를 내모는 대신 실습업체 관리·감독을 강화해 위반업체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해야 한다.

또한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는 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안전하고 질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게 하며 실습현장에서 학생의 인권이나 노동권이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지도감독 해야 한다.

현장실습생들의 억울한 죽음과 부모의 눈물을 멈추게 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의 주어진 역할에 대한 성의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 나아가 촛불혁명의 힘을 원동력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이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는 이때 현장실습과 관련된 교육적폐도 함께 청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양인아 순천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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